대한간호협회, 의료행위 일체 하지 않겠다며 준법투쟁 전개…19일 광화문 대규모 규탄대회 예정
법조계 "의료계, 진료보조 간호사 없으면 수술 불가 수준이지만…국가자격·법제화 안 돼 있어 불법"
"부분(연차) 파업 투쟁, 법대로 행동하며 최대한 정부 불편하게 하겠다는 취지…지금 처벌할 순 없어"
"의료 관련법, 국민건강 직결…여야 합의해 통과 여부 및 개선책 상세히 논의해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대해 대한간호협회(간호협)가 준법투쟁을 예고했다. 간호협이 간호사 업무 외 대리수술, 대기기록은 물론 채혈 및 봉합 등 의료행위를 전혀 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19일에는 대규모 규탄대회도 예정돼 있어 의료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상황이 격화돼 파업 상황이 커지고 간호 인력이 대거 빠져버린다면,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업무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진료거부 행위이자 업무방해 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조계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발생한 갈등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 관련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해 통과 여부 및 개선책을 상세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대한간호협회는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 앞 단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진료에 대한 의사의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한다"며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튜브(tube) 및 T-튜브 교환, 기관 삽관, 봉합 등 불법 지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9일 연차를 내고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대회를 여는 등 연차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간호협에서 거부하겠다고 한 의료행위들은 당초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PA(진료보조·Physician Assistant)간호사들이 관례적으로 해왔던 업무들이다. PA간호사가 활동하는 영역은 대부분 외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영역이면서도 의사들이 기피하는 진료과여서 참여 정도에 따라 '준법투쟁'이라고 해도 수술 지연 등 차질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이들이 집단 업무 거부를 선택했다면 복지부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법을 지키는 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한 까닭에 정부에서도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법적으로 제도화 된 미국 등 외국의 경우와 달리 PA는 국내에 없는 제도다. 그런데 국내 의료계는 현재 핵심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PA간호사가 없으면 수술이 불가한 수준"이라며 "이로 인한 문제는 과거에도 많았다. 치과 전문자격이 없을 때 치과의사협회 내부에서 전문의 과정을 만들어서 인증하는 비공인 자격증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의사단체와 병원에서 내부적으로 PA간호사 제도를 운영해온 것인데, 국가자격이 아니고 법제화가 안 되어 있는 까닭에 명백히 말하면 불법이고, 의료법 위반 행위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바른 김미연 변호사는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한다'고만 명시돼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진료의 보조'란 게 범위가 모호하고 애매하다"고 전했다.
의료법 전문 정혜승 변호사(변호사 정혜승 법률사무소) 또한 "의사나 변호사가 하는 업무 목록이 법 조항이나 규정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은 것이 일차적인 문제다"며 "그동안에는 법원의 판례를 통해서만 간호사 업무의 범위가 형성되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법 제2조 2항에는 간호사의 업무 행위에 대해서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등 항목만 간략하게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업무 리스트나 범위 등은 없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간호협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정도의 단체행동만 이어나간다면 위법 소지를 찾기 힘들지만, 부분(연차) 파업 투쟁이 전면파업 투쟁으로 격화한다면 위법에 따른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간호협에서 법의 테두리 내에서 투쟁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곧 최대한 정부를 불편하게 해보겠다는 뜻인 것 같다"며 "다수의 간호사가 면허증 반납 등 행위를 벌여 병원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가 된다면 업무방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만약 전면파업으로까지 진행된다면 노사 협의 교섭 등 근로기준법 상 절차에 의해서 파업이 이뤄졌는지 따져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지금 주장대로면 법대로 행동하겠다는 것이니 막거나 처벌할 수는 없다"면서도 "만약 상황이 격화돼 파업 상황이 커지고 간호 인력이 대거 빠져버린다면, 병원의 시스템을 해치면서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업무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진료거부 행위이자 업무방해 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의 갈등은 예전부터 줄곧 이어져 왔다. 이러한 갈등을 정치권에서 잘 해결해야 하며, 특히 의료 관련법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여야가 합의해 통과 여부 및 개선책을 상세히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 변호사는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구체화해야 한다. 가령, 그동안 의사에게만 허용됐던 봉합 행위를 간호사의 업무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며 "물론 이 경우에도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아마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보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