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밀착' 통한 여당 안정화에 성공
野 정쟁 이슈 매몰돼 중도확장 한계
여러 정책 시도했지만 이슈화에 실패
다양성·역동성 키워 정책역량 강화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당정 일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강화해 당의 안정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집권여당 대표로서 어젠다를 주도하지 못하고 야당발 정쟁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적 여론도 없지 않다.
실제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5일과 7~9일 전국 유권자 2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2.6%p 하락한 36.8%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0.5%p 상승한 44.2%였으며, 양당 간 격차는 7.4%p로 오차범위(±2.2%p)를 벗어났다. 이재명 대표의 대중 굴종 외교 논란,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등 민주당의 잇단 악재 속에서도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전혀 보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무당층의 흐름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2.6%p 하락하는 동안 무당층은 1.9%p 증가한 14.2%였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이 빠진 만큼 무당층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주로 대전·세종·충청과 서울, 인천·경기 지역 등 중도층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낙폭이 비교적 컸다. 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내에서는 집권여당이 정책 어젠다를 주도하지 못하고 야당발 정쟁 이슈에 매몰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정쟁 대립은 각 진영의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으나 중도확장에는 큰 이점이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는 지지층 결집을 통해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략에 말려든 것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당내 원로급 인사들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을 이끌고 갈 지역 중심인물마저 부재인 상태에서 지도부가 앞으로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다는 것인지 걱정"이라며 "새 정부의 미래라는 큰 화두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나서서 매일같이 갑론을박하는 지루한 논쟁은 진영논리에 갇힌 대한민국의 현재 상태에서는 무익한 논쟁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력한 집단도 국민의힘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가한 집단도 국민의힘"이라며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무엇 하나 끌어낸 어젠다가 있던가. 만들어낸 뉴스거리라고는 김재원과 태영호만 있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를 잘한다'며 물개 박수만 친다고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니다"고 쓴소리를 했다.
물론 김 대표와 지도부가 정책 발굴이나 민생 이슈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취임 초 '천원 학식 확대'를 비롯해 음주운전 방지 장치 의무화, 예비군 처우 개선, 복지 사각지대였던 '가족돌봄청년' 지원 확대 등 적지 않은 정책 이슈를 던졌다. 이날은 소위 '헬스장 먹튀 사건'의 법률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역대 가장 많은 횟수의 당정협의를 개최한 것도 김기현 지도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정책이 이슈화되지 못하고 흘러가듯 잊혀졌다.
일각에서는 다양성과 역동성 부족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당원 투표 100% 방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른 데다가 당정 일체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당내 다양성과 역동성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게 요지다. 국민의힘의 한 원외 관계자는 "당은 민심을 담는 그릇이어야 하는데 대통령실만 본다면 진짜 민생을 위한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비윤 진영으로 분류되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김 대표가 상당히 성실하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인데, 첫 단추가 조금 긍정적이지 못하게 끼워지다 보니까 오는 길이 조금 힘들었겠다"며 "100% 당원 투표로 시작된 전당대회에서 선출돼 기본적으로 용산과의 거리 두기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허 의원은 그러면서 "이제는 당정 일체론을 파기하고 당당하게 리더십 발휘를 할 수 있는 시점으로 (취임) 100일이 됐으면 좋겠다. 요즘은 (김 대표도)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당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정부가 잘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