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를 넘어 ‘산업화’ 재도약
글로벌 브랜딩 구축…K-푸드 생태계 확장
해외 우수 한식당…정부가 직접 돕는다
“세계인이 먼저 찾는 한식 발전에 앞장”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가장 뛰어난 레스토랑의 글로벌 기준이 된 ‘미쉐린 가이드’는 맛집을 안다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검증된 맛집 대표 상징이다 보니 전 세계 음식점을 가서 미쉐린 가이드 선정 식당이라고 하면 기본 1시간 이상 웨이팅(기다림)은 물론, 운이 좋지 않으면 먹지 못할 수도 있다.
‘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W50B)’은 프랑스 미쉐린 가이드와 함께 매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선정해 순위를 매기는 평가서로 꼽힌다. 지난해 7월 1등으로 꼽힌 레스트랑은 바로 한식당이었다. 한국인 부부 셰프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운영하는 고급 한식당 ‘아토믹스’는 미국 1위, 전 세계 33위 식당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일엔 미국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JamesBeardAwards)의 뉴욕 지역 최고의 요리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식의 발전과 세계화를 이끄는 곳은 바로 한식진흥원이다. 올해로 14년 차를 맞이하는 한식진흥원은 한식 산업 가치와 매력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세계 미식 유행을 주도하기 위해 설립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한식진흥원은 한류(K-culture) 연계, 한식 글로벌 브랜딩 구축, K-미식 벨트 조성으로 국내 미식 관광 확대, 고품격 한식당‧스타셰프 활용 및 K-푸드 산업 생태계 확장, 한식 인식 제고를 통한 인력양성, 지속 가능성 확보 등을 추진 전략으로 내세웠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식진흥원은 2실, 8팀 체제를 갖추고 있다. 경영기획실과 한식진흥실을 두고 우수하고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맛집, 한국이 보증합니다”…한식, 미쉐린 선두주자로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올해부터 정부가 인증하는 ‘해외 우수 한식당’을 선정하고 있다.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사업은 한식진흥법에 따라 한식 품질 향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작했다. 지난 1월 뉴욕, 파리, 도쿄 등 한식당이 밀집해 있는 핵심 대도시 세 곳에 있는 한식당 8곳을 선정·발표했다. 올 하반기 신청은 지난 8일 마감됐고, 매년 심사 대상 지역과 식당을 확대할 계획이다.
‘맛’과 ‘멋’을 알리는 해외 우수 한식당 선정 제도는 2019년 한식진흥법이 제정되며 근거가 마련됐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선정이 2년간 미뤄졌지만, 올해부터 행보가 이어졌다. 지정 필수 요건은 해당 국가에서 최근 3년간 한식당을 경영했는지, 주메뉴 기준 한식 메뉴 60% 이상, 최근 2년간 해당 국가 위생 기준 미위반 등이다.
평가 핵심은 해외 한식당이 얼마나 한국의 ‘맛’과 ‘문화’를 잘 구현했는가를 본다. 품질과 서비스는 물론 한국산 식재료 사용 비중, 한국어 사용 직원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한식진흥원의 설명이다.
한식진흥원은 지난해 기준 11개국 21개 지역 한식당을 지역별로 묶어 국가·도시별 협의체를 구성했다. 앞으로 식당운영·메뉴 컨설팅, 국산식재료, 인력중개 등 해외 한식당 지원을 추진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식 산업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0.7%가 한식이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답했다. 반면, 산업화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은 25.7%에 그쳐 산업적 성공을 거두는 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있었다.
과거에는 학교, 기관 등에 한식 금식을 추진하고 각국에 한식 홍보행사를 개최하는 비용 위주 지원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K-팝, 드라마, 예능, 영화 등 한류를 통한 한식 문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우리 식문화 성장세 기반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식진흥원도 한식 산업화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한식 관련 전문인력 양성 및 민간 역할 강화, 콘텐츠 집적‧연구를 통한 산업 발전 인프라 마련 및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최적화된 교육커리큘럼 발굴 및 한식 종사자 교육 및 해외 파견 지원으로 인적 기반을 조성 중이다. 해외 소비자에게 한식 문화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식 글로벌 브랜딩’ 전략도 수립할 계획이다.
해외 한식 요리 체험 지원을 위해 밀키트(간편 조리 세트)와 레시피(요리법) 영상을 제작한 뒤 재외 공관, 해외문화원, 세종학당 등 여러 기관에 배포해 외국인 한식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식진흥원 관계자는 “주로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이 인기메뉴이고 다양한 밀키트 종류로 한식 문화 알리기와 선진화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식을 세계와 잇는다…한식문화공간 ‘이음’
지난해 서울 종로구 북촌에 문을 연 한식문화공간 ‘이음’은 다양한 재료와 양념으로 이뤄진 우리 음식과 전통주에 대한 전시·체험·홍보·교육을 한 자리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존 서울 무교동과 역삼동에 위치한 한식문화관과 식품명인체험홍보관, 전통주 갤러리 등 3곳을 통합해 새로 조성했다.
이음 2층 공간에선 시즌마다 상설 쿠킹 클래스가 열린다. 계절의 기운을 담은 제철식재료와 전통발효 식품을 활용해 한식을 직접 배우고, 만들고, 먹어볼 수 있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매년 이음을 찾는 관광객은 약 1만5000명이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은 60~70%로 우리 음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또 대학, 문화원, 대사관 등 단체별 대상 단독 클래스도 개최한다.
지난달 31일 이음을 방문한 프랑스인 Gloriana(글로리아나)씨는 한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글로리아나씨는 한국에서 거주한 지 3년 차인 회사원이다. 그는 “제 주변 지인들 절반 이상은 한식에 대해 알고 있고 이미 유명한 음식 중 하나다”며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 등 K-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많은 외국인이 한식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음은 식품명인들과 함께 전통식품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한과, 막걸리, 김치, 고추장 등 명인이 만든 재료와 비법을 활용한 ‘전통식품 체험’, 비대면으로 즐기는 ‘온라인 명인체험’도 진행한다. 또 매월 명사와 함께하는 음식 관련 토크 콘서트와 북 콘서트가 열린다. 올해는 대사관과 협력해 음식문화교류전시회도 열었다.
이같은 한식 문화 알리기에 힘입어 매년 열리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50B), W50B 등 국제 미식행사 국내 유치를 목표로 올 하반기 한식 콘퍼런스 및 식음료(F&B) 전문가 팸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 “세계인이 먼저 찾는 한식으로 앞장설 것”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취임 2주년을 앞둔 임 이사장은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한식진흥원 사업을 크게 ‘한식당 지원’과 ‘인력 지원’ 두 가지로 구분했다.
임 이사장은 “해외 한식당 협의체 역할 강화 및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 사업을 통해 해외 우리 한식당 품질을 관리하고 국산 식재료, 외국어 메뉴판 제공과 한식홍보행사 개최 등을 지원했다”며 “우리나라 한식 전문가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파견·교육 사업을 통해 올바른 우리 음식 문화를 교육하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K-푸드가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산업화는 초기 단계다. 이에 한식진흥원은 올 10월 국내 대규모 국제 미식 행사 개최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식이 하나의 글로벌 미식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10년간 높아진 한식 위상과 메시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글로벌 F&B 전문가를 초청해 브랜딩 전략을 발표하고 컬리너리 팸투어를 개최해 진정한 한국의 맛과 멋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농축수산물 물가 불안과 소비 촉진 활성화를 위해 한식진흥원도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지난 5월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서 한식홍보부스를 열고 개성주악과 오미자차를, 서울시 주관 서울페스타 2023에서 바람떡, 호두강정 등을 선보였다.
임 이사장은 최근 몇 년간 K-콘텐츠 열풍으로 외국인에게 낯설었던 한국의 길거리 음식부터 전통다과까지 주목받는 부분 등을 활용해 다채로운 한식 메뉴를 세계에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식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가치를 갖고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 개소를 매년 늘려나가 세계인이 먼저 찾는 한식이 될 수 있게 품질향상 및 사후관리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