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숨고른 현대차, 내년 CES엔 '수소' 들고 간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06.21 13:01  수정 2023.06.21 15:31

내년 CES서 수소사업 비전 및 전략 공개

수소 관망세 끝났다… "수소 시장 2050년 2500조 전망"

향후 미국 전기차 신공장에 '수소사업 툴박스' 적용 계획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 CES에 10년간 참여하다 올해 불참했던 현대자동차가 숨고르기를 끝내고 내년 CES에는 다시 등판한다. 특히 내년 CES에서 수소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앞세울 것으로 예고하면서 전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가 글로벌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소 관련 기술이나 제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2023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그룹사 차원에서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통한 신성장 축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내년 초 CES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CES에 불참했던 현대차가 내년 CES에는 다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10년간 CES에 빠진적 없던 현대차가 돌연 올해 불참한 것을 두고 "보여줄 만한 혁신 기술을 다 보여줬다"는 얘기까지 나온 바 있다. 실제로 그간 현대차는 CES에서 전기차는 물론 로보틱스, UAM에 이르기까지 미래 사업을 총망라해 전시하면서 주목받는 부스로 꼽혀왔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그간 관망하던 분위기였던 수소 사업 계획을 2년만에 참여하는 CES에서 공개한다는 점이다. 현대차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수소가 등장한 것 역시 2년 만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인베스터데이에서 수소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가 수소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그간 혁신기술로 점철된 부스를 꾸리던 현대차가 2년 만에 CES '보여줄만한' 아이템으로 수소 관련 기술과 제품을 낙점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현대차의 수소차 모델 '넥쏘' ⓒ현대자동차
'수소 생태계' 구축… 미래 수소 시장 선점한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적인 미래 모빌리티로 꼽히지만, 전기차보다 고도화된 기술을 요하는 데다 수소 공급의 어려움, 충전 인프라 구축의 한계로 인한 대중화의 어려움 때문에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현대차가 일찍이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나서 전세계 수소차 점유율 1위를 쥐고 있는 데도 좀처럼 사업을 확장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수소차 시장은 전기차보다 규모가 턱없이 작다.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2만2786대로, 전기차 판매량인 802만대와 비교하면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대차가 다시 수소사업 고삐를 쥐게 된 것은 일단 수소차 시장이 열리면 선도 업체로서의 수혜를 크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고 지금까지 지배자로 남은 것과 같은 이치다.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이미 경쟁력을 어느정도 확보한 상태다. 상용차의 경우 전기차로 개발 됐을 때 배터리 무게 등으로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져 미래엔 수소 연료로 가야한다는 방향성이 잡혀있기 때문이다.현대차는 이미 수소 상용차인 엑스언트 수소 전기트럭을 판매 중이며, 수소 버스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넥쏘'와 같은 승용차 도입이 필수적이다. 대중에게 상품가치를 인정받아야 또 다른 경쟁모델들이 수소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공동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며 수소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그리는 수소 에너지 생태계 ⓒ현대자동차

이에 현대차는 인프라 구축과 정부 지원금 축소 등으로 보급에는 다소 속도가 늦더라도 2025년까지 넥쏘 후속 수소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는 올해 수소 트랙터도 공개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인 수소 사업 전개를 위해 수소 생산부터 제조, 충전, 공급까지 전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수소사업 툴박스'도 구축한다. 청정 수소를 통해 전기차 공장, 미래 제철 시설에 에너지원으로 공급하고, 여기서 제조한 친환경 강판으로 자동차를 생산하고 수소 충전소를 확충해 수소전기차 공급을 확장하겠다는 그림이다. 이같은 수소사업 툴박스가 구축되면 향후 미국 전기차 전용 신공장인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공급을 통한 수익 창출도 지속한다. 현대차는 지난 2022년 파트너십 체결 후 이베코 등 유럽 주요 상용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에 수소연료전지를 공급 중이다. 유럽 청소차 시장을 주도하는 파운그룹과는 계약을 체결해 3년간 총 1100기의 수소전지를 공급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미래 도래할 수소 시장에서 1위를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수소사업에 관망하는 분위기였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최근 수소사업에 뛰어들면서 수소차 경쟁에 불을 붙이는 분위기다.


BMW는 지난해부터 독일에서 'BMW iX5 하이드로젠'을 제작해 지난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처음 공개하며 수소 사업 참전을 공식화했다. 스텔란티스도 전기차와 수소차 사업을 병행하고, 혼다 역시 오는 2024년 'CR-V'를 기반으로 한 신형 수소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는 기술장벽 등으로 대중화로 가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면서도 "전기차보다 수소차는 온도 등에 영향을 덜 받아 강점이 확실해 미래에는 분명히 도래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 때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 회사가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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