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여파로 전기차 판매량, 전년比 감소…리스 판매로 대응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충격을 선제적 대응으로 완화시키면서 양사 판매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 여파로 전기차 판매량은 다소 감소했지만, 리스 비중 확대·SUV 중점 판매 전략 등으로 타격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 미국판매법인에 따르면 양사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들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줄었다. 아이오닉5는 지난해 1만3692대에서 1만3641대로, EV6는 1만2568대에서 8328대로 각각 약 0.4%, 33.7% 감소했다. 6월 판매량이 나오지 않은 니로EV도 지난해 1~5월까지 판매량을 비교하면 6274대에서 올해 4444대로 29.2%정도 떨어졌다.
IRA가 시행된 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세제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시행 초기 북미 내 생산 차량 1대당 최대 7500달러까지 세금 공제되는 IRA가 자동차 판매량과 매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되면서 시장의 우려도 컸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 6월 신차 판매량 6만93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하고 기아는 11개월 연속 월별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경신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그중 IRA의 틈새인 리스 차량 판매에 적극 대응한 영향이 크다. 리스 차량은 한국에서 생산돼도 IRA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기존 5%였던 리스 비율을 지난 3월 기준 35%까지 확대했다. 기아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에서 EV6를 리스하는 고객에게 최대 7500달러 가격 할인을 제공했다.
이런 전략의 성과로 상반기 기준 전기차 판매량은 다소 부진한 면이 있으나 월간 판매량에서는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아이오닉5는 지난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며 월간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1000대 내외였던 EV6 판매량은 지난달 2237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경상 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가장 큰 요인은 자동차로, 여기에 전기차가 포함돼 있다. 전체에서 전기차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증가율 등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리스 쪽이 확충돼야 실적이 올라갈 수 있기에 미국 시장에서 리스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부가 차량인 SUV 판매가 25% 증가하면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상반기 미국 전체 판매 차량 중 SUV가 70% 이상 차지했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법인 영업담당 부사장은 “팬데믹 기간에 공급이 부족했던 모델의 생산이 계속 개선되면서 핵심 SUV 모델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오는 3분기에 중형 SUV인 싼타페 신차 출시로, 기아는 올 하반기 전기차 라인업의 플래그십 모델인 대형 SUV EV9 출시로 실적 호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리스 차량 판매 확대 등으로 단기적인 시간은 벌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 생산 개시를 당초 목표보다 앞당겼다. 지난해 현대차는 2025년 상반기에 공장 완공 후 생산을 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지난달 IRA 전기차 보조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기 위해 내년 10월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