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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이준석 만남, 국민의힘 긴장하지 않는 이유


입력 2023.07.04 06:00 수정 2023.07.04 06:00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극보수·중도, 두 사람 어색한 조합

'연대'보다 '존재감' 과시 목적일 것

'비주류' 두 사람 만남, 폭발력 없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최 전 부총리, 구혁모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 이 전 대표, 이기인 경기도의원 ⓒ이기인 도의원 페이스북

옛 친박(친박근혜)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전격적인 회동에 대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정당 '비주류'가 뭉쳤다는 정치권 평가가 나온다. 옛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 인사 대부분이 "어색한 조합" "조용히 있는 게 낫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못 돌린다"고 했다. 권력에서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이 큰 폭발력을 지니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최경환 부총리와 식사 자리가 있었던 것이 보도돼 많은 해석이 나오는데, 원래 최 부총리는 후배들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주시는 분"이라며 "일상적인 식사 자리였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옛 친박계 좌장이었던 최 전 부총리는 최근 이 전 대표 등 청년 정치인들과 만나 내년 총선을 위해 '보수 대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부총리와 이 전 대표의 만남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두 사람 모두 보수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상징하는 위상이 있는데다 본인들 스스로도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기 때문이다. 옛 친이(친이명박)계가 득세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정부에서 두 사람은 각각 옛 '친박'과 '비윤(비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주류에 맞서 '비주류 연대'를 외치며 세(勢)를 규합할 수도 있다는 해석 등이 나왔다.


최 전 부총리는 경북 경산에서 내리 4선(17·18·19·20대)을 지냈지만, 2019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말 신년 특사로 잔형 면제·복권됐다. 현재 국민의힘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이 전 대표도 지난해 윤리위 징계로 당원권 1년 정지 후 당대표에서 물러났다.


두 사람의 만남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싸늘하다. 옛 친이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내년 총선에 나가야 하지만, 주류에서 벗어나 답답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옛 친박계 한 전직 중진의원은 "당대표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물러난 사람과, 이제 사면된 구 정치인이 만나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어색한 조합의 두 사람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떠오르는 게 없다. 조용히 있는 편이 낫다"고 했다.


최 전 부총리와 이 전 대표의 조합이 어색하다는 평가는 여럿 나왔다. 대구·경북(TK)을 지역구로 둔 한 초선 의원은 "크게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난 것이 아니냐"며 "이 연대가 가능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한 중진 의원은 "최 전 총리는 보수 중에서도 보수, 이 전 대표는 중도를 표방하는 인물인데 두 사람 색채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두 사람 연대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보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두 사람이 전격적인 회동을 가진 목적은 세 규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권에 '존재감'을 보이고 싶어서라는 해석도 나왔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한테 얼마나 모질게 나쁜 얘기를 많이 했는가, 최 전 부총리가 이 전 대표를 만난 것 가지고도 엄청 화를 내는 분들도 있다"고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최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 공천보다는 무소속으로 완전히 결정을 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만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싫어할 것 같은데 왜 만났을까"라며 용산을 겨냥한 보여주기 정치라고 주장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굳이 해석하자면 최경환 전 부총리가 정치를 다시 하기 위해, 총선에 나서기 위한 물밑 작업에 시동을 건 것 같다"며 "국민의힘 당적을 회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깥에서 뭔가 행동을 하는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내년 총선을 앞두고 TK에서는 최 전 부총리와 함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일하게 소통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 출마설이 함께 나오고 있다. 모두 옛 '친박'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다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은 국민의힘 내에는 유 변호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옛 친박계 핵심 인사의 경우에는 중도층 표를 떨어뜨릴 수 있어 '입당'도 '공천'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친박이 세를 결집한다'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계 또 다른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만나는 사람은 유영하 변호사가 유일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느냐"며 "그 외 '친박'을 내세우는 인물들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 재개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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