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온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있었느냐" 질문에…피해자 어머니 "한 명도 없다"
정치권 "변협 징계권, 법무부 이관 입법 발의 준비 중"…징계 한 달 지났지만 변화 無
권경애·변협·정치인 한 명이라도 유족 뵙고 사과했다면…恨 조금이나마 풀렸을 것
"주원이가 입은 피해 어디서 구제받을 수 있나"…책임있는 자는 유족 절규에 답해야
"한 명도 없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던 중 소송에 불출석해 패소한 권경애(58·연수원 33기)에 대한 징계가 이뤄진 지 17일이 흐른 지난 5일 기자가 피해자 어머니에게 "연락 온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이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이같이 답했다. 문자에 답변하려던 찰나 "단 한 명도"라는 메시지가 이어서 도착했다.
지난 달 15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징계위원회는 권 변호사에 대해 정직 1년 결정했다. 이날 피해자 어머니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인 그 누구도 저를 찾아온 사람이 없다. 다들 TV에서 논평하듯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변협 징계위의 솜방망이 징계도 그의 마음에 상처를 줬지만, 이번 사건을 관망하기만 한 정치인들의 태도가 '2차 가해'를 저지른 셈이다.
여당에선 규제개혁추진단을 열어 '변호사 징계권을 법무부로 다시 이관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법 개정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에게 질의를 넣었다. 돌아온 답변은 "오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내용 한 줄이었다.
야당도 미온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대선 후보로 꼽히는 모 의원은 "변호사들의 기득권 보호에 지금이라도 변협을 관리 및 감독할 책임이 있는 법무부가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의원실 관계자는 "법무부가 변협 징계권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안에 대한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는 답만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누구도 사과하는 이가 없는 상황이다. 권 변호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변협에 진술서만 제출할 것이 아니라 유가족 얼굴을 뵙고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 변협도 징계위가 대다수 국민이 납득하기 힘든 징계 수위를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했다. 정치인들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가는 동안 보완 입법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피해자 어머니에게 다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더라면 그의 마음에 맺힌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을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건 관계인들은 유족을 찾아뵙고 사죄해야 한다. 또 정치권에서는 책임 있는 태도로 변협의 변호사 징계권을 법무부로 이관토록 하는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주원이가 입은 피해는 어디서 구제받을 수 있는 건가요. 어디다 호소해야 합니까"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던 날, 피해자의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제는 그의 절규에 책임 있는 자들이 답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