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다섯인데도 재판관 전원 '기각' 동의
이상민 장관, 업무 복귀…첫 일정은 수해 대응
탄핵 강행 野 향한 역풍 우려↑…"'정치 공세'
더 강화할 가능성 농후, 내년 총선까지 영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되면서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에 벌써부터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기각이란 결과를 예측하고도 무리하게 탄핵을 주도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역으로 정쟁 수위를 높인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269일 만에, 탄핵안을 의결한 때로부터는 167일 만이다. 국회는 지난 2월 8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탄핵안을 의결했고, 소추안은 이튿날(2월 9일) 헌재에 접수됐다.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이 장관은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정치권에선 우선 헌재 재판관 전원이 탄핵안 기각에 동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애초 여야는 모두 기각을 예상하긴 했지만 전원이 동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는 드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9명인 헌재 재판관 중 5명이 친야(親野)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유남석 소장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민주당이 지명한 인사였고, 이은애 재판관은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법적인 책임과 문제가 있다고 (민주당이) 주장했는데, 오히려 법조인으로서는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법조인들은 결코 그렇게 지나치게 한 쪽으로 이렇게 치우치고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장관의 탄핵안 심사로 길어진 재난·재해 컨트롤타워 공백의 책임을 민주당이 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반헌법적 탄핵소추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를 해체시키고 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탄핵안 기각 직후 논평을 내서 "국민 피해만 가중시킨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이제는 국민 심판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하면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까지 이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건도 당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긴 하지만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지 않았고 외려 탄핵을 추진한 쪽이 역풍을 맞았다"며 "행정부, 특히 중요한 재난의 핵심 부처를 지금 공백 상태로 빠뜨린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은 당연히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안 기각으로 167일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 장관이 첫 일정으로 이번 여름 폭우로 피해를 입은 수해 현장을 방문한 사실도 야당을 향한 여론을 격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국민의힘 다른 의원은 "이 장관의 첫 일정 자체가 재해 대응이라는 점이 여론에 반영될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선 여론 악화를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는 지나친 역공에 나서선 안 된다. 어차피 이 장관이 할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번 사안은 내년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슈 자체는 통상 2~3주의 기간 동안에만 유효하지만, 이 장관 탄핵안 기각을 고리로 여야 간 정쟁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간접적으로 내년 총선에 반영될 수 있단 시각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안 기각으로 재난·재해 주무부처인 행안부를 마비시켰다는 비판과 탄핵안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역풍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가 힘들어진 민주당 입장에선 공세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사태를 덮을 만한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면 총선에까지 불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민주당은 여기서 밀리면 계속 밀리니까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가 얽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향한 탄핵안은 물론이고 국정조사·특검까지 주장하는 강수를 둘 수 있다"며 "원 장관의 탄핵안이 기각 되더라도 이걸 밀어붙여야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장관 탄핵안의 연장선으로 보면 정치적 파장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