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백화점 제치고 오프라인 유통 1위 가능성도
장보기 수요 적극 공략…품목 늘리고 가격도 낮춰
전 산업군에서 업(業)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도 편의점을 중심으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인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소용량 제품이 편의점업의 가장 큰 특징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대용량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커피, 치킨 등 주요 외식업과도 경쟁을 하며 전방위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유통 시장(온·오프라인 종합) 내 편의점의 매출 비중은 작년 상반기 대비 0.5% 상승한 16.6%로 나타났다.
상반기 편의점·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수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유통 매출 비율은 0.7%p 줄었는데, 편의점만 0.5%p 상승했다.
반면 백화점의 매출 비중은 0.5% 떨어진 17.6%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부동의 1위인 백화점과의 비중 차이가 1%대 좁혀진 셈.
엔데믹 전환 이후 백화점의 명품 매출 증가가 둔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연내 편의점이 백화점을 제치고 오프라인 유통 매출 비중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편의점이 대형마트, 슈퍼에 이어 외식분야까지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면서 몸집도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고물가 현상을 겨냥해 장보기 수요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대형마트, 슈퍼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편의점은 초기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내세운 반면 가격은 마트나 슈퍼에 비해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과일, 정육, 생선, 쌀 등으로 품목을 대폭 늘리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게 가능해졌다. 일부 제품의 경우에는 대형마트 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는 등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매장이 전국적으로 5만개가 넘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덕분이다.
GS리테일은 자사가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GS더프레시의 PB 리얼프라이스 상품 3종을 최근 도입했다.
리얼프라이스는 2017년부터 GS더프레시가 우수한 상품력을 가지고 있지만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업체를 적극 발굴해 일반 상품의 가격 대비 70%~80%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는 GS더프레시 전용 브랜드다.
GS리테일은 슈퍼마켓 채널 가격 그대로 편의점 채널에서 판매한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된 리얼프라이스 3종의 경우 편의점 유사 상품과 비교해 최대 50% 가량 저렴하다.
커피, 치킨, 도시락 등 가성비 앞세워 시장 확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원두커피, 치킨, 도시락 등도 외식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연이어 가격을 인상한 반면 편의점들은 오히려 가격을 낮추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CU는 9월부터 PB 원두커피 get아이스아메리카노(XL) 가격을 기존 20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 내린다. 지난 4월 2100원에서 2000원으로 이미 한 차례 낮췄는데, 9월부터는 추가 인하에 나서는 것이다.
GS25는 지난달 PB 원두커피 '카페25'의 신메뉴로 '아이스아메리카노 점보'를 선보였다. 업계 최대 수준의 특대형 원두커피로 총 용량은 780㎖ 점보 사이즈다. 가격은 2400원으로 기존 아이스아메리카노 대비 100㎖당 가격이 30%가량 저렴하다.
1만원대 가성비 치킨도 고물가 상황을 만나 작년 대비 매출이 2~3배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한 마리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도시락, 간편식 등은 런치플레이션으로 고민하는 직장인, 학생 수요를 흡수하며 작년 대비 20~30% 매출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마트나 외식뿐만 아니라 택배, 금융업무 등 생활전반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에 나서면서 단순한 소매점 역할을 벗어난지 오래됐다”면서 “온라인 유통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편의점은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등 다른 업종과 시너지를 낼 여력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