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꼼수" "이재명 지키기" 비판 나오지만
당에 미칠 악영향에 "檢 의도에 맞출 필요 있나"
지난해 8·28 전당대회로 더불어민주당에 '이재명 체제'가 출범한지 만 1년, 공휴일인 삼일절에도 개원을 강행할 정도로 1년간 연중무휴로 국회를 열어오던 민주당이 돌연 '비회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엿새 동안에도 민주당의 주도로 비회기가 마련됐다. 민주당의 8월 임시국회 회기 조기 종료 관철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전망과 무관치 않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과 함께 '부결'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공개 선언한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비명(비이재명)계 내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로 인한 분열을 염려해온 만큼 "타당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회기 결정의 건' 수정안이 찬성 158명, 반대 91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회기 결정의 건'은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8월 임시국회 회기를 25일에 종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26일부터 정기국회가 개회(9월 1일)하기 하루 전날인 31일까지는 국회가 문을 닫는 비회기 기간이 됐다.
그동안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이달 말 비회기 기간을 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검찰의 수사나 영장청구 시점 판단은 수사기관에 맡길 일이라며 31일까지 회기를 지속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회기 종료 종료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강력 반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자의적 회기 축소는 결국 친명계와 비명계 갈등을 불러올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의회주의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영장청구가 회기 중 이뤄질 경우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파기하려는 명분을 쌓으려는 책략"이라며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법률과 관행을 훼손하는 수많은 일을 저질렀는데 회기 결정 건 역시 여야 합의 하에 정하는 선례를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비회기 사수'에 사력을 다한 건,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시 당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강성 친명계가 '투표 거부' 제안 등 '이재명 지키기'에 혈안인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과 결과에 따른 당내 잡음은 커질 게 뻔하다. 더욱이 체포동의안 표결 때 민주당의 분열을 노린 국민의힘의 '역선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명(비이재명)계는 대체로 박광온 원내대표가 최근 공개 언급한 논리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방탄이라고 민주당을 공격하고 가결되면 민주당이 분열됐다는 정치적 타격을 주려는, 그야말로 바둑에서 말하는 꽃놀이패를 만들려는 의도임을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솔직하게 얘기해서 (비회기 관철은) 당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싶어하는 의도"라며 "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아주 명확한데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이재명 지키기'는 더더욱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빨리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라고 덧붙였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 시계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 대한 영장청구는 정기국회에서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미 검찰은 오는 30일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출석을 요구해놓은 상황이기도 하다. 이를 모르지 않는 민주당이 검찰과 신경전을 지속해서 벌이고, 나아가 '정당하지 않은 영장청구'로 규정해 '방탄'에 다시 나설 경우 여론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비명계 일각에서는 "이미 방탄과 관련해 우리는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무조건 체포동의안을 표결해야 하고,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선언대로 실천해야 한다"(조응천 의원)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