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기자회, 7일 성명 발표
국민의힘이 대선 이틀 전인 2022년 3월 7일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검증 없이 보도한 MBC 기자 4명을 무더기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가운데는 이제 기자가 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초년병 기자들도 포함돼 있다.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상황을 대하는 임영서 뉴스룸 국장의 인식이다. 임 국장은 오늘 오전 편집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 개개인에 대한 법적 압박이 들어오는 데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큰 가치, 민주주의, 저널리즘, 열린 사회, 공적 책무감 이런 것들을 다시 새기면서 현명하게 대응해 가자."
임영서 국장이 주장하는 '더 큰 가치, 민주주의, 저널리즘, 열린 사회, 공적 책무감'이란 무엇인가. MBC 뉴스데스크는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보도를 10분 48초 동안이나 쏟아냈다. 진보 성향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뉴스타파의 보도는 대장동 사건의 주범 김만배 씨와 전 언론노조위원장 출신 전문위원 신학림 씨가 공모해 꾸민 '가짜 뉴스'였음이 드러났다.
김 씨는 신 씨에게 인터뷰 대가로 1억 6500만 원을 건넸다. MBC는 자체 취재나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검증을 전혀 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반론 취재도 하지 않았다. 임영서 국장은 이 사태 어디에서 ‘더 큰 가치, 민주주의, 저널리즘, 열린 사회, 공적 책무감’을 느끼는가.
'위협으로 재갈을 물릴 수 없다'는 제목의 MBC 입장문을 보면 ‘공정 방송’에 대한 희망은 사라진다. MBC는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인용 보도를 '국민들이 언론에 맡겨주신 분명한 소명'이라고 주장하며, '진행되는 수사와 법원의 판단을 차분히 지켜보자'고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당장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다음 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긴급 심의가 예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먼 산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안형준 사장은 혹시 자신의 퇴임 뒤에나 이 사건의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안형준 사장과 박장호 보도본부장은 즉각 회사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 사태의 진실이 무엇인지 철저히 조사하라.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아무런 검증 없이 보도하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인터뷰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보도를 강행한 것은 아닌지, 뉴스타파 혹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 측과 사전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를 낱낱이 밝혀낼 것을 촉구한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소명'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이 사태를 '언론 탄압', '방송 장악' 프레임에 가두려 해서는 안 된다.
회사의 입장문에서 진상 조사에 대한 의지를 전혀 읽을 수 없으므로 누구를 조사하면 되는지 친절하게 알려 드린다. 당시 보도 책임자는 박준우 보도본부장, 최장원 뉴스룸 국장, 연보흠 정치국제에디터, 김재용 정치팀장, 허유신 인권사법팀장 등이었다. 고발당한 4명의 취재기자들은 경위야 어찌 됐건 자신의 이름으로 나간 리포트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더 큰 책임은 이 보도를 아무런 검증 없이 강행하게 한 당시 보도 책임자들에게 있다. 우리 보도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국민들이 MBC에 맡겨주신 분명한 소명'도 감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23년 9월 7일 MBC 새 기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