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박보균 문체·김현숙 여가부 장관 교체
채 상병 사건·업무 능력 미진·잼버리 사태 등 문책성
후임엔 신원식·유인촌·김행…강경파·투사형 인물
'대야 공세 적극 대응' 원하는 尹 강한 의중 담겼단 해석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지명했다. 3명의 후보자는 '강경파' '투사형'으로 꼽히는데, 국무위원들이 대야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라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담긴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개각으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배치함으로써 부처 장악력을 높이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해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통일부 장관과 함께 차관을 대폭 교체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바 있다.
이종섭 국방부·박보균 문체부·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개각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평소 업무 능력 미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파행 사태 등에 대한 문책성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각을 발표했다.
육사(37기) 출신의 신 후보자는 35년간 군에 복무하며, 국방부 정책기획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 등을 지냈다. 21대 총선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신 후보자는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육군사관학교에 배치돼 있던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를 일찍부터 제기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신 후보자에 대해 "국방 정책과 작전 분야 모두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분으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의 안보 역량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우리 국방대계인 '국방혁신 4.0'을 완성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했다.
이명박(MB)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후보자는 지난 7월 대통령 문화특보로 중용됐다가 두달 만에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다. 김 후보자는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도 역임했다.
김 실장은 유 후보자에 대해선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만 아니라 과거 장관직을 수행한 만큼 정책 역량도 갖추신 분으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의 한 단계 높은 도약과 글로벌 확산을 이끌 적임자"라고 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선 "언론·정당·공공기관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 전환기에 처한 여성가족부 업무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대통령실, 국방부 장관 교체에 "채 상병 사건 전혀 고려 안해" 문책성 인사 부인
대통령실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교체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으로 발생한 내부 난맥상과 관련해 '문책성 조치'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책성 인사라고 하는데 1년 4개월쯤 장관직을 했고, 보통 이 정도면 과거에도 교체했다"며 "채 상병 사건은 이번 인사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종섭 장관은 군 장병 사기도 많이 올려주고, 방위 산업 기틀도 마련해주고, 한미 연합사령부 훈련도 하는 등 많은 업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야당의 탄핵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지만, 안보 공백을 이유로 신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서 이번 문체부 장관 후보자까지 MB계 인사 준용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 과거 정부에 한번 몸을 담았다, 안 담았다는 것은 큰 기준이 아니다"라며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고 그 자리에서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