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그리고 대선 윤석열 정부 운명 결정
사고의 원형 바꾸지 않으면 역사는 우여곡절 겪을 것
패러다임 바꾸려는 작업이지만 혁명처럼 하면 안 돼
‘군자산의 약속’, 민주화운동 역사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 필요
1980년대 중후반 시민들은 학생들의 말을 잘 믿지 않았다. 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이 학살 당했다는 주장에 반신반의하거나 거짓말하지 말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1988~90년대 초반에 진행된 거대한 문화작업 때문이었다. 첫째는 5공 비리, 광주 청문회가 열려 TV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둘째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1988년 5공 비리, 광주 5.18 청문회가 TV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노무현과 이해찬 등 당시 소장 정치인들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노무현 당시 통합민주당 초선 의원이 정주영 현대 그룹 명예회장을 궁지로 몰아가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 등 드라마도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영화는 광주·삼청교육대·위안부 등 당시로는 금기의 소재를 과감히 다루며 중년 남성들을 TV 앞에 불러 모았다.
지금 우리는 88년 청문회로부터 시작된 사상·의식 지형 위에 있다. 5.18과 광주가 한국 현대민주주의 시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87년 직선제에 이어 88년 이후 문화적 헤게모니가 교체된 까닭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출범, 2000년대 촛불 민주주의 등도 이같은 레일 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결정적인 변화는 아마도 한미일 협력 구조의 심화와 이에 호응하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이다. (아마도 더 근본적인 변화는 기후·저출산·인공지능과 같은 문제일 수 있지만 여기까지 다루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이다.)
내년 총선 그리고 대선을 거치며 윤석열 정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이 영역에서 보면 쟁점은 누가 대통령인가 또는 어느 당이 다수당인가와 같은 어려운 영역에서 결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닐 듯하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음에도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꽤 큰 규모의 집회가 대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는 사고의 원형을 바꾸지 않는 한 역사는 앞으로도 심각한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 같다.
정치 경제 군사 외교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88년 세팅된 의식구조를 바꾸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른바 어게인 88이다.
이승만·홍범도 등 역사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도 그러하다. 단순한 정권교체였다면 부정·비리·권력남용과 같은 정치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근 40년의 사고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와 스토리 전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의 역사 이념 논쟁, 이승만 기념관 건립 등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작업을 지지하는 편이지만 걱정과 우려는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역사보다 중요한 것은 안보와 경제이다. 역사는 안보와 경제라는 현실 문제에 굳건히 서서 그것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보조재여야 한다. 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근대 유럽에서 역사에 주목했던 독일보다 현실을 중시했던 영국이 승리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작업이지만 혁명처럼 하면 안 된다고 본다. 가령 여전히 5.18은 자랑스러운 민주항쟁으로 시대에 맞게 그것을 재조명한다는 차원에서 문제를 다뤄야 한다.
필자가 하려는 작업을 소개할까 한다. 필자는 최근 ‘군자산의 약속’이라는 전자책을 출판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잘 모를 듯하다. ‘군자산의 약속’은 2000년대 주사파 운동을 기저에서 세팅한 매우 중요한 정치적 계기였다. 필자는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으로 ‘군자산의 약속’에 깊숙이 참여했다. 책에서는 내가 겪은 내용을 가감 없이 소개했다.
‘군자산의 약속’과 같은 민감한 내용을 다룬 이유는 지난 40년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군자산의 약속’ 정도의 책을 동료들과 힘을 합쳐 2023~24년 50권 정도 발간할 생각이다. 사실 책은 기록에 불과하다. 이것이 88년과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유튜브·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등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어야 한다. 필자가 하는 작업은 그것을 위해 원자료를 정비하려는 작업에 해당한다.
정치적 대결의 한 축이 인간의 사고와 마음속에서 진행된다면 전쟁터는 거리가 아니라 책과 영화·인터넷 공간일 수 있다. 특히 현재의 정치적 대결 구도가 20~30대, 40~50대, 60대 이상으로 구획되어 있다면 60대 이상을 바탕으로 한 반복되는 투표와 거리 시위는 문제의 핵심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30대가 중요해 보이지만 이 영역은 내가 잘 모르고 민주화운동 역사와도 거리가 있다. 관심은 88년의 자장권하에 있으면서 생활·직장에 영역에 일상을 살아가는 40~50대를 설득하는 것이다.
1988년이 세팅한 마음과 사고의 원형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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