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유커’…면세업계, 제 살 깎기 자제 목소리도

치솟은 수수료에 ‘빛 좋은 개살구’ 지적…과오 잊지 말아야

수수료 제한 법제화 필요 한 목소리

입법 발의 아직, 연내 국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중국어 통역 직원이 안내를 하고 있다.ⓒ뉴시스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방한이 본격화되면서 면세업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6일까지인 중추절을 기점으로 연말까지 유커 모시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과도한 수수료 경쟁으로 면세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던 과오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이후 중국 최대 연휴인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 기간 많은 유커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지난 2일에는 1000여명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방문했다. 1000명 단위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 번에 입객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다른 면세점에도 20~30명 소규모 단체부터 페리, 크루즈 등 대규모 단체여행객이 전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높은 항공운임과 노선 부족 등으로 사드 이전 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은 한국 면세업계의 가장 큰 손으로 불린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재배치 관련 보복으로 한국 단체 관광이 제한되기 전까지 면세업계는 역대급 매출을 매년 경신하며 호시절을 보냈다.

올해는 사드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중국 국경절을 맞는 첫 해다. 그만큼 업계의 기대감도 높다.

유커 방한이 본격화되자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프로모션은 물론 화장품 MD를 전면 교체하는 등 유커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호조세에 힘입어 업계에서는 업황 회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과거 국내 면세업계가 역대급 매출을 기록할 당시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수수료 문제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매년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며 겉으로는 승승장구 했지만 한 때는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수수료로 중국 여행사 등에 지급하면서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올 들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자제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 보따리상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 수준은 작년 말 40% 중후반대에서 현재는 30% 초반까지 낮아졌지만 최근 유커 방한을 기점으로 다시금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재로서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한국 단체관광 제한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수익성을 포기하고 매출을 선택할 만큼 면세업계의 상황도 넉넉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이번 중추절을 시작으로 연말, 연시로 이어지는 대목 기간 동안 다시금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한 기업이 먼저 수수료를 높이게 되면 나머지 기업들도 따라서 수수료를 올릴 수 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시장 선점에 대한 욕심이 업계 전반의 수수료를 높이는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범위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면세기업들이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수료의 범위를 정할 경우 담합으로 비춰져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어서다.

현재 면세점협회를 중심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법안도 발의되지 않아 연내 최종 국회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협회를 중심으로 수수료 제한을 법제화하는 사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년 유커 모객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따이공들도 다시 몰리게 되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다시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 그 전에 법제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