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대비 가입자 14% 그쳐
팍팍한 생활에 여유 감소
제도 전면 개편 지적도
서울 시내 한 은행창구에 청년도약계좌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청년도약계좌’를 해지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당장 생활비가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본인 월급에 맞춰 빠듯하게 계획을 잡은 그는 “학자금 대출 이자와 전세 대출 이자가 많이 올라 고액 저축이 부담스러워졌다”며 “뉴스 보니까 고금리 기조가 오래 갈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당장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청년도약계좌를 해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자산 형성 기회를 지원하기 위한 청년도약계좌가 출시 석 달 만에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 및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청년도약계좌 가입 인원은 42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목표인원인 306만명 대비 14% 수준이다.
청년도약계좌는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5년간 적금을 부으면 정부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과 이자 비과세 등을 지원해 주는 상품이다.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충족한 만 19~34세 청년이 5년 만기를 기준을 매달 40~70만원을 내면 된다. 납입액이 많을수록 정부 지원액이 늘어나게 설계됐다.
문제는 최근 물가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당장 생활 유지가 어려운 청년들이 쉽게 가입하거나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통상적으로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는 연령대가 소득에 비해 결혼이나 출산, 이사 등 목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만기인 5년을 버티기에도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9세 이하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79만9000원이다. 29세 이하로 한정하면 230만2000원으로 39세 이하로 기준을 잡았을 때보다 훨씬 낮아진다.
어떤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식료품, 주거비, 통신비 등 필수생활비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에서 월 40~70만원씩 5년 납부는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을 가입했다 중도해지한 20대 B씨는 “2년 만기인 청년희망적금도 넣는 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터지면서 목돈이 필요해 결국 중도 해지했는데 5년 만기는 당연히 좀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희망적금 중도 해지자가 7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받은 청년희망적금 운영 현황을 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중도 해지자 수는 68만4878명으로 확인됐다. 중도 해지율은 23.7%다.
이런 방식의 정책이 보통 초반에는 흥행에 성공하나 고물가·고금리 등 환경적인 요인이나 개인 문제 등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해지면 가장 먼저 손을 놓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정책 취지에 맞게 실제 청년들이 자산을 모을 수 있도록 제도를 일부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B씨는 “정부가 청년한테 목돈을 만들어 주려는 이유가 뭐냐. 그 나이에 (결혼, 이사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으니 지원을 해주겠다는 소리지 않냐”면서 “취약계층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회초년생 지원이 보다 확실해야 저출산 등도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편 복지가 빈익빈 부익부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도 부모가 대신 납입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거나 가정에서 주거 등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애로 사항이 없다 보니 명분이 퇴색했다는 이유다.
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2021년 기준 청년 가구 73.45%가 부채를 보유하고 있고 부채를 보유한 경우 평균 부채액은 1억1511만원에 달한다”며 “청년 부채 유형을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 마련 용도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통장 만기 시 받는 수령액 규모는 실물 자산을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부족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 경제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