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아담 플럿코의 그림자는 ‘진짜 에이스’ 케이시 켈리, 그리고 ‘무적 불펜’이 덮어버렸다.
LG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6-2 완파,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에 오른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밟은 한국시리즈 무대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 앞에서 챔피언에 등극했다
5차전 MVP는 박해민, 한국시리즈 MVP는 오지환이 차지했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우승 멤버’가 켈리다. 켈리는 한국시리즈 2경기 등판해 11.1이닝 9피안타 9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가장 큰 부담을 안고 맞이하는 1차전에서 6.1이닝 2실점 1자책 호투, 5차전에서는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해로 벌써 KBO리그 5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켈리는 LG 유니폼만 입고 통산 144경기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다. 지난 시즌 16승 평균자책점 2.5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켈리는 올 시즌 30경기(178.2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이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기복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시즌 초반과 무더웠던 여름에 부진에 빠지자 "켈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렸다.
그 사이 플럿코가 LG의 뉴 에이스로 떠올랐다. 플럿코는 정규시즌 21경기에서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1로 눈부신 활약을 했다. 그러나 8월말 등판 이후 부상으로 1군에 오르지 못했다. 아니 오르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다. “뛰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진단을 확보한 팀이 절실하게 복귀를 원할 때, 플럿코는 등판을 미루면서 ‘태업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플랜을 따라야 하는 위치에서 플럿코는 소극적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플럿코가 복귀하지 않는다면 엔트리에서 말소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끝내 플럿코는 돌아오지 않았고, LG는 플럿코와의 관계를 끊었다. 외국인 에이스 투수를 잃고 한국시리즈에 뛰어든 LG로서는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켈리는 달랐다. LG의 숙원을 잘 알고 있는 켈리는 헌신과 진심을 보여줬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LG가 졌다면 염경엽 감독은 4차전에 켈리를 투입할 생각도 했었다. LG 불펜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켈리가 최소 4~5이닝을 버텨줘야 할 상황도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켈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등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헌신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팀 승리로 부담스러운 등판 일정은 닥치지 않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된 5차전 승리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양과 질적으로 풍부한 ‘무적 불펜’도 플럿코의 존재를 잊게 했다. 팀에 헌신적인 외국인투수 2명(쿠에바스-벤자민)에 고영표까지 버틴 kt 선발 마운드에 비해 켈리-임찬규-최원태-김윤식으로 꾸린 선발진이 무게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LG는 이정용-정우영-김진성-백승현-함덕주-고우석 등 두꺼운 불펜이 버티고 있었다. 1차전 패배 뒤 2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아웃 카운트 하나 잡고 1회에 강판된 뒤 7명의 불펜 투수들은 kt 타선을 틀어막고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LG 불펜의 힘은 플럿코의 빈자리를 덮고도 남았다. 많은 야구 해설가들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터진 오지환의 극적인 스리런 홈런도 컸지만, 2차전에서 0-4로 끌려가던 경기를 불펜의 힘으로 버티고 뒤집었던 때부터 이미 LG의 우위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