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라고 다 같은 청년이 아니다 [기자수첩-정책경제]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3.11.30 06:00  수정 2023.11.30 06:58

尹, 취임 이후 꾸준히 청년 강조

정부 정책, 약자 먼저 고려해야

지난 7월 진행된 기획재정부 청년인턴 및 2030 자문단 간담회. ⓒ데일리안DB

어느 날 지인이 나한테 물었다. 정부에서 자주 진행하는 청년 간담회, 청년 정책제안 발표회 등은 어떻게 참석할 수 있냐고 말이다. 나는 “그거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 신청해서 하는 걸로 알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또 하나의 질문이 왔다. 지인은 “내가 찾아보니까 그런 청년 간담회 시간대가 대부분 평일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던데 다들 연차 쓰고 가는 건가”하고 말이다.


이 질문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 간담회, 정책 제안회, 2030 자문단 등 일정을 다시 한번 찾아봤다. 그 말이 맞았다. 시간은 보통 평일 오전에서 오후 이른 시간에 맞춰져 있었다.


평일 낮에 청년 간담회 등을 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면 특별히 문제는 없다. 백수인 청년이 가든 연차를 쓰고 간 청년 직장인이든, 단순 스펙을 쌓으러 간 청년이든 잘못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평일 낮에 저런 곳에 갈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청년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면 현실적인 문제로 저런 간담회를 아예 꿈도 못 꾸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더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꾸준히 청년을 강조 해오고 있다. 그는 “후보 시절에 청년들이 꿈을 꾸고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지속적으로 코로나19와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학업과 취업은 물론 주거에서도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따로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청년은 학업, 취업, 경제활동 등으로 인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평일 낮에 개최되는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조퇴하거나 수업을 빠져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들었던, 청년들이 간담회에 참여하기를 꺼리게 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정부는 청년의 국정참여를 확대하고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가 세심하게 들어야 할 목소리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보겠다며 퇴근 후 학원에 다니는 청년,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청년, 평일엔 회사 출근하고 주말에는 인테리어 알바를 하는 청년 등 정말 인생을 고생하며 살고 있는 청년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서 지난해 최초로 2030 자문단을 출범하고 청년 20명을 선발했는데 멤버가 대학생, 금융·세제전문가, 연구원, 벤처창업가, 청년농업인 등이었다. 이 가운데 자문단장은 기재부 별정직 6급 청년 보좌역이 맡았다.


이런 스펙 좋은 사람들이 평일 낮에 나와서 정부에게 청년 입장을 뭐라고 대변할지는 조금 거칠게 표현해서 안 봐도 비디오다.


물론 고생한 청년들만 청년도 아닐 뿐더러 고생이라는 걸 꼭 해야만 간절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건 청년 목소리와 의견에 차별을 두라는 게 아니다.


정책은 약자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물며 대통령이 국정의 동반자를 청년이라고 꼽았으면 적어도 평등하게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이에 앞으로 정부가 다양한 청년들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년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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