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김치로 시장 명성 쌓기 ‘본격화’…뭐가 다르지?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12.05 15:26  수정 2023.12.05 15:28

본격 김장철 맞아 특급호텔 ‘김치 경쟁’

최소 비용 투입으로 추가수익 가능 장점

고급 김치 수요와 함께 김포족 크게 늘어나

국산 최상품 재료 사용‧셰프 레시피 더해져

롯데호텔 김치 연출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포장김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특급호텔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 SK네트웍스의 워커힐호텔과 신세계그룹의 조선호텔앤리조트 2강 구도로 전개됐던 프리미엄 ‘호텔 김치’ 시장에 최근 롯데호텔앤리조트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3파전 체제가 형성됐다.


통상 특급호텔 이라고 하면 ‘뷔페’ 혹은 여름 빙수와 케이크 등 ‘디저트’로 유명세를 떨쳤으나, 최근 ‘프리미엄 김치’ 수요를 타고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모습이다.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소비자)이 해마다 크게 증가하면서 이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보게 된 것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달 갓김치와 파김치를 한데 묶은 갓파김치를 이숍(e-Shop)과 롯데온,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8월 출시한 배추김치의 인기에 힘입어 2달 만에 신제품을 내놓았다.


롯데호텔이 자체 브랜드로 김치 제품을 출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근 1~2인 가구이 비중이 늘고 포장김치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 시장을 기회로 봤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해외소비 증가로 김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갓파김치의 출시를 지휘한 김송기 총괄셰프는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룟값 급등까지 겹쳐 김장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사 먹는 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출시 한 달 만에 7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던 배추김치에 이어 갓파김치도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호텔김치 시장은 워커힐호텔이 개척했다. 1989년 호텔업계 최초로 김치 연구소를 설립했고 이후 1990년대 중반 ‘워커힐 수펙스 김치’ 상품화에 성공했다. 2000년에 들어서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고, 2008년에는 호텔업계 최초로 해썹(HACCP)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어 조선호텔이 2002년부터 김치를 판매했다. 호텔 뷔페 고객들로부터 김치를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자 호텔 주방 한켠에서 김치를 담가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04년 본격적으로 포장 김치 판매를 시작해 2011년부턴 성수동에서 김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선호텔 김치ⓒ조선호텔앤리조트

호텔 김치는 일반 포장 김치와 가격 차이는 크지 않지만, 호텔이 갖고 있는 ‘고급 이미지’가 더해지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호텔 셰프가 깐깐하게 선별한 배추, 무, 마늘 등 국내산 재료를 바탕으로 셰프의 레시피를 더해 완성한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2011년부터 서울 성동구에서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직접 운영하는 안전관리인증(HACCP) 프리미엄 김치공장에서 호텔 셰프가 깐깐하게 선별한 국산 최상품 재료 만을 사용해 생산한다”며 “조선호텔 비법이 담긴 육수로 시원한 단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콧대 높은 특급호텔 업계가 포장 김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치의 단가가 낮음에도 이 사업이 의미 있는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배경에는 투입 비용이 고려됐다. 기존 식음업장 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돼 인프라 활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나 과거엔 없었던 고급 김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김포족의 증가로 대중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으로 양분된 수요를 선점할 기회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통 김치는 매일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값이 싸고 양이 많은 제품을 선호해 왔으나 분위기가 반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했고, 상황이 바뀌었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국산 및 천연 재료를 써서 만든 김치를 원하는 목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알몸김치’ 사건 등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신도 한 몫 했다.


실제로 호텔 김치 사업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조선호텔의 올해 1~10월 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신장했고, 롯데호텔 배추김치는 지난 10월 롯데온에서 매출이 전달보다 50% 급증했다. 워커힐호텔의 최상급 제품 ‘수펙스 김치’ 구독자 수도 작년 1년간 50% 증가했다.


향후에도 프리미엄 김치 시장의 반응은 더 커질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먹는 먹거리 하나에도 신뢰하고 먹을 수 있는 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고객 니즈가 뚜렷해지고 있고, 식품 전반에 있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호텔 브랜드에 대해서는 품질이나 퀄리티에 대해 만족하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지속적으로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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