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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언제까지 선처만 할 것인가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4.02.22 07:07 수정 2024.02.22 07:07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유명 인터넷 서점 해킹 및 수천만원 갈취한 10대 소년부 송치…법조계 "이해 어려운 판결"

소년보호사건 2022년 4만3042건…소년범들, 보호처분 전과 안 남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

교화 이뤄지지 않아 성인 흉악범 되는 경우도…'신림 흉기 난동' 조선, 소년부 송치 전력 14건

法, 소년부 송치 이전에 심도 있는 검토 필요…법에 대한 경각심 갖도록 엄격한 잣대 세워야

기사와 관련된 자료 사진ⓒgettyimageBank

최근 유명 인터넷 서점을 해킹해 전자책을 유포한다고 협박하며 수천만원을 뜯어낸 고등학생이 처벌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재판부는 소년범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해 앞날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교화할 기회를 다시 주기로 했다. 범행 과정에서 공범을 끌어들이고 수십억원의 재산상 이익을 공갈한 죄질 나쁜 사건인 만큼 법조계 전문가들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년부 송치가 가능하다고 볼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죄질 나쁜 범죄라는 것이다.


문제는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선처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법원에 접수된 전국 소년보호사건은 4만3042건으로 직전년도(2021년)와 비교해 7604건(21.5%) 증가했다. 가정법원 소년부에서는 형사 처벌이 아닌 1~10호에 해당하는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어떤 처분을 받더라도 형사처벌과 달리 전과 기록도 남지 않아 장래 신상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소년범들도 처벌받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기자에게 "소년범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소년부 송치되는 것을 두고 '코인 하나 깠다(사용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보호하고, 교화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이 제도를 정작 소년범들은 무소불위 면책도구처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문제는 소년범이 적절한 교화가 이뤄지지 않아 성인 흉악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소년범의 경우 최근 10년간 재범률이 약 12%로 성인(약 5%)의 두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지난 2022년 강제추행 및 폭행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 30대 조직폭력배 A씨는 학창 시절 절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항소심에서 선처를 받고 소년부로 송치됐다. 당시 재판부는 "선동열을 능가하는 훌륭한 야구선수가 돼 빚을 갚아야 한다"고 훈계했다. 그러나 A씨의 범행은 반복됐고, 이후 여러차례 교도소를 들락였다. 이 사건은 재판부가 소년범에게 선처를 해준 대표적인 사례로 여전히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인 조선 역시 미성년자 시절 소년부로 송치된 전력이 14건이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부적절한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소년부 송치 결정 이전에 재판부의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로 소년범에 대한 조건 없는 선처가 반복되면 안 된다. 재판부는 소년범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법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엄격한 잣대를 세워 소년부 송치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현행 보호처분을 실효성 있게 개정해 소년범들의 재범을 방지해야 한다. 더 이상 소년범들의 흉포한 범죄를 단순한 일탈로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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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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