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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다시피 사정해 겨우 수술했다"…죄인된 환자들 [데일리안이 간다32]


입력 2024.02.24 05:04 수정 2024.02.24 05:04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23일 세브란스 병원서 만난 환자들 "딸 암세포 전이 중인데 수술일정 밀릴까 눈물만 나"

"수술 못 받은 아이 목구멍 부어 숨 못쉬니 아내는 엉엉 울어"…응급·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

구급대원 "오늘 서울 내 상급종합병원들, 전공의들 없어 응급환자 진료 불가능하다고 답해"

간호사 "그나마 3교대는 지켜지고 있는데 3~4시간 초과근무하고 있어 사실상 2교대"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 센터.ⓒ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나흘째인 23일. 환자들의 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병원을 찾은 보호자들은 아픈 가족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까봐 안타까운 마음에 목이 메일 지경이다. 살인적인 업무량을 감당하며 힘겹게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문의들과 간호사들의 임계점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입원수속 수납창구 앞, 암 투병 중인 40대 딸의 수술 일정을 잡으러 온 김모(67)씨는 "암세포가 급속도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인데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 일정이 밀릴까봐 너무 무섭고 두려워 눈물 콧물이 다 난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전공의들이 파업 중이라 당장 날짜를 정해놓고 보자는데 수술 일정이 연기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울먹였다.


유방암 3기 환자인 아내의 수술 일정을 잡으러 온 김모(66)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병원에서 3월 중순쯤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일정이 무기한 연기 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정이 잡힌 날짜에만 수술을 해도 다행"이라며 "김씨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기 전에 장기 쪽 뼈 검사를 싹 했는데 아직 암 전이가 안 됐다고 했다. 검사를 안 받았으면 2~3개월씩 밀려 7~8월에 일정이 잡혔을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23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앞에 응급환자이송 차량이 있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 전공의 부족으로 진료·수술 최대한 미뤄지는 병원


전공의 부족으로 병원이 응급과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을 하면서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뤄지고 있다. 김모(43)씨는 6세 아들의 편도 아데노이드(인두 후벽에 위치한 림프 조직)가 커져 서울성모병원에서 1월부터 수술 일정을 잡았다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수술이 3월 말로 밀렸다. 그는 "전공의들 파업으로 두 상급병원에서 수술을 절대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아이 목구멍이 부어 저녁에 숨을 못쉬니 아내가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가 어리고 숨을 잘 못 쉰다며 무릎을 꿇다시피 사정해 21일 7시에 수술하고 이틀 입원했다가 23일 퇴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담낭암 말기라 2022년에 절제수술을 한 뒤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며 "항암이 밀리면 암세포가 커지는 상황이었는데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항암치료를 2~3주 밀리긴 했지만 결국 해줬다"고 전했다.


간병인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강남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A(95)씨는 신부전으로 인해 일주일에 2~3번 주기적으로 투석을 받고 있다. A씨는 "담당 의사가 경과에 대해 설명해주곤 하는데 집단 사직한 19일부터 의사들이 안 나온다. 투석 간호사들만 있었다"며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돼 진료에 차질이 생기면 '전쟁하자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병원에서 만난 한 구급대원은 "오늘 서울 내 2곳의 상급종합병원에서 모두 응급환자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며 "한 상급종합병원은 환자를 진료할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가 퇴원을 종용받았고,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사직해 출근을 하지 않아 의사 1명, 간호사 3명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이송한 환자는 결국 두 병원에서 모두 수술을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안 입원수속 수납창구에 환자들이 있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 현장 지키는 간호사들도 극한의 체력 고갈


이날 경기도 남부의 한 대학병원 전문의 B씨는 "원래 하던 외래 진료에다가 입원환자 관리까지 하게 돼 이번주엔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며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2주를 넘기게 되면 전문의들도 체력에 한계가 오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병원의 간호사 C씨는 "3일 근무하고 하루 오프(휴무) 체제였는데 이번주에는 대부분 간호사들이 오프를 반납했다"며 "그나마 3교대는 지켜지고 있는데 3~4시간 초과근무 하고 있어 사실상 2교대"라고 전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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