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6년간 노인 300명 상대로 무면허 치과 의료행위…수사 시작하자 1년간 도피 생활도
법조계 "검찰, 2심서 입증 잘하면 중한 형 선고될 수도…최대 징역 7년 6월 형까지 가능"
"도피 1개월당 징역 1개월씩 가중하는 개정안 필요…피고인, 1년 가중해 징역 5년 선고해야"
"제주도에 의사 부족한 현실도 고려됐을 것…서울이었다면 훨씬 더 중한 형 선고됐을 것"
6년간 노인 수백명을 상대로 의사면허 없이 불법 치과 의료행위를 한 60대 '가짜 의사'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선 피고인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지만 무면허 의료행위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상한이 징역 4년이라 법원에서도 최대 형량을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무면허 의료는 환자의 생명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더욱 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2단독은 8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6억93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6년 간 자신이 거주하는 단독주택에서 300여명을 상대로 무면허 치과 의료행위를 해 약 7억원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총 세차례에 걸친 동종범죄 전력으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받았음에도 출소 후 재차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8월 압수수색이 진행된 A씨 단독주택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과 노후화된 의료용품이 발견되는 등 범행이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그는 압수수색 집행 직후 제주도를 벗어나 도주한 A씨는 타인 명의의 차량과 핸드폰을 사용하며 1년여간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이 적지 않은 점과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단순 영업적 무면허 의료행위는 가중요소를 참작하더라도 권고 상한이 징역 4년이다"라며 "재판부도 피고인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해 최대한의 형량인 징역 4년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발각 이후 장기간 복역할 것을 예상해 작정하고 1년간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피생활 1개월당 징역 1개월을 가중하는 등의 개정안이 필요해 보인다. 피고인의 경우 범행에 대한 징역 4개월에 도피생활 1년을 합산한 징역 5년을 선고하는 게 적당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피고인은 과거에도 무면허의료행위로 세차례의 동종전과가 있고, 1년 6개월의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6년간 무면허의료 행위를 이어왔고, 수사 과정에서 도피까지 했다"며 "이런 점에서 비춰 보면 징역 4년형은 가벼워 보인다. 의료법이 규정한 무면허의료행위의 최고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이기는 하나 실체적 경합관계예 의하면 7년 6월형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면허의료행위는 불특정 다수의 환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피해를 줄 수 있을뿐더러 다른 병원이나 의사 전체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 이런 점을 종합했을 때 입법적으로 더 중한 법정형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검사가 항소해 이런 부분을 추가적으로 주장, 입증한다면 항소심에서는 더 중한 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국민 법감정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판결일 수 있다. 다만 재판부는 제주도라는 지역의 특성이 많이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도는 육지와 달리 의사 수가 부족하다 보니 노인들은 정식 치과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야매 치과'를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서울에서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훨씬 더 중한 형량이 내려졌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과거부터 지방이나 섬에서는 의사 부족으로 인해 암암리에 불법시술이 이뤄졌다. 단순히 부정의료업자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의료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제도적인 보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