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 수주·수출 강조하는 정부
경제 성장·소상공인 부담 완화 이유로
일회용 규제 유예·그린벨트 해제까지
환경 보호 위한 정책 줄줄이 폐지
환경부가 오는 2027년까지 100조원 규모 녹색산업 수주·수출을 목표로 정책 속도를 높이는 반면,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들은 연일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부터 댐 건설, 케이블카 설치, 그린벨트 해제 등 연이은 반(反) 환경 정책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2027년까지 총 100조원 규모 녹색산업 수주·수출을 목표로 10곳의 ‘녹색융합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22조원 이상 녹색산업 수출을 달성하고, 해마다 실적을 10%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국가별 환경 난제를 해결할 유망 진출 분야와 전략을 발굴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4000억원 규모 녹색수출펀드를 신설해 재정지원에 나선다.
미루고 미룬 일회용 컵 보증금제, 사실상 ‘유야무야’
정부가 녹색산업 수출에 집중하는 동안 대표적 친환경 정책들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시작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다.
환경부는 지난 2022년 9월 전국 시행을 앞두고 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만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같은 해 6월에 시행하기로 한 내용을 12월로 6개월 미룬 데 이어, 규제 적용 범위마저 지방자치단체 두 곳으로 축소했다.
케이블카 건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2월 원주지방환경청은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에 추진 중인 오색케이블카(삭도) 사업을 조건부 허가했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원주지방환경청은 입지 부적정 등을 이유로 해당 사업을 ‘부동의’했다.
특히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연구원(KEI)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사업은 승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환경부 산하·소속기관 다수가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존치와 해체를 두고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온 4대강 보는 사실상 존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댐·보 등의 연계 운영 중앙협의회’를 개최하고 4대강 전체 보를 활용해 물 위기 대응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에서 결정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철회한 것이다.
당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그동안 보 등 하천시설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획일적인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4대강에 확보된 물그릇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물 위기를 선제적으로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율에 맡긴 일회용품 규제·그린벨트 해제
11월에는 제도 시행 보름을 앞두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백지화했다. 애초 환경부는 같은 달 24일부터 편의점과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비닐봉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접시,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할 예정이었다. 2022년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현장 혼란을 우려해 지난 1년간 계도기간을 가진 다음이다.
환경부는 이날 돌연 제도 시행을 소비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사실상 규제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한다. 소상공인 비용 부담과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러한 불편은 사실상 사업 전부터 예견했다는 점에서 정책 퇴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그린벨트 해제가 정책 전면에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13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며 “지방의 경우 보전 등급이 높은 그린벨트라고 해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필요가 있고 시민의 필요가 있으면 바꾸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면적만큼 대체 용지를 새 그린벨트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대체 용지의 친환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2030년까지 지구 30% 이상을 보호지역이나 OECM(자연공존지역)으로 지정·관리하기로 한 것과도 배치된다.
지난 7일에는 환경부가 택배(수송) 포장 규제 단속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해당 제도는 택배 과대 포장을 줄이기 위해 포장 공간을 절반 이하로 축소하고 포장 횟수도 1차례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난 2년 동안 제도 유예 기간을 거쳐 다음 달 30일 시행 예정이었다.
환경부는 이날 2년간 추가로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환경부는 “(업계에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수송 포장재 종류를 늘리고 적재 장소를 더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획일적인 규제보다 업계의 자율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송 포장재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는 업체들 의견 제출·조율을 핑계로 제도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수송 포장재 정책을 포기했다”며 “(지난) 2년간 환경부와 업계가 27차례 간담회를 했음에도 준비를 못 했다면 명백하게 환경부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뉴욕의 선택…노른자위 땅에 ‘빌딩’ 대신 ‘공원’을 [환경은 어쩌고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