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장인화號 오늘 출범…철강‧배터리 균형점 제시할까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3.21 05:00  수정 2024.03.21 05:00

주총‧이사회에서 회장 취임 확정 후 기자간담회서 경영구상 밝힐 듯

'철강 중시', '배터리 소재 등한시' 시장 우려 벗어야

사업 부문별 중간지주사 설치 등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 제기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가 21일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회장 자리에 오른다.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대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혔고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찬성 권고를 한 터라 후보 꼬리표를 떼고 10대 포스코 회장의 직함을 얻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제56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날 장인화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주총을 통과하면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이 확정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주총 이후 신임회장 기자간담회를 예정해 놓고 있다. 그만큼 장 후보의 회장 취임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앞으로 3년, 길게는 6년 이상 포스코그룹을 이끌게 된 장인화 후보의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전임 최정우 회장 시절 ‘대통령실 패싱’ 논란이 있을 정도로 소원해진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고, 포스코홀딩스 본사 및 미래기술연구원 소재지와 관련해 지속돼 온 포항 지역민들과의 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최정우 회장 시절 선임된 경영진을 장악하고,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사업 측면에서는 철강 사업의 친환경 설비 전환을 서둘면서도 수익성 확보에 무리가 없도록 하는 적절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주력 사업이자 캐시가우인 철강과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소재 및 친환경 에너지 사업부문 간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주총을 앞두고 일부 소액주주들이 장 후보에 대해 우려를 표했던 것은 정통 철강맨 출신인 그가 회장에 오를 경우 그동안 중점적으로 육성해 왔던 배터리 소재 부문을 등한시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장 후보가 최종후보 확정 직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이다.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논란을 더 확산시켰다.


이날 주총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장 후보는 철강 경쟁력 제고 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육성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논란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철강-배터리 소재 사업 균형 어떻게?…중간지주사 필요성 대두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꺼내놓긴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사업구조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손 볼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정우 회장 시절 포스코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지만, 그룹 내 배터리 소재 사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룹 내 혼재된 원료, 소재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종속회사는 도합 193개에 이른다. 그중에는 철강회사 포스코과 무역‧자원개발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 건설회사 포스코이앤씨,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퓨처엠 등 주력 계열사들 외에도, 각 계열사들과 연관된 전‧후방 기업, 해외 생산‧판매법인 등이 산재해 있다.


포스코나 포스코퓨처엠이 사업적으로 엮인 관계사들을 직접 지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통해야 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좀 더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중간지주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이 좋은 예다. 지주사인 SK(주) 산하에 에너지‧화학‧배터리 부문을 이끄는 SK이노베이션과 통신‧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SK스퀘어를 각각 중간지주사로 두면서 연관 산업끼리 시너지를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런 체계를 포스코그룹에 대입해 보면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리튬솔루션과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양극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퓨처엠 산하로 두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해외 사업체 중에서도 아르헨티나와 호주의 리튬 염호‧광산 개발 법인을 포스코퓨처엠 계열로 묶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장인화 후보는 과거 철강 포스코 철강생산본부장 외에도 신사업실장‧신사업관리실장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널리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그룹을 총괄하는 회장이 전혀 상이한 사업들을 두루 살피며 동등하게 여력을 쏟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룹 회장은 전반적인 경영 상황을 총괄하고, 철강 사업은 포스코가, 배터리 소재 사업은 포스코퓨처엠이 중간 지주사 역할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눈다면 대외적으로도 철강 혹은 배터리 소재 한쪽에만 치중한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이런 구상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장인화 후보는 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전인 2021년 3월 현직을 떠났다. 공식 취임 이후 회사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본 뒤 현상 유지를 해야 할 부분과 변화를 가해야 할 부분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의 대표적인 공적이 지주회사 체제 출범과 비철강 사업 육성이었다면, 장인화 차기 회장은 지주회사 체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개편하고, 철강과 비철강 사업의 균형을 찾음으로써 전임자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집단의 사례를 살펴보고 장단점을 판단해 중간지주사 체제, 혹은 그와 유사한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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