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에 대들던 총장 결기로 국민과 싸우려 한 무모
총선 지면 대통령 책임이 9할이란 것 알아야
황상무 후 이종섭도 결국 정리해야 재역전 기대
윤-한 갈등 2라운드 같은 건 할 시간도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윤석열은 3년 반 전 국정감사장에서 이 말 하나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말은 멋이 있었고, 당시 대통령 문재인의 실정과 법무부 장관 추미애의 ‘천방지추’에 등 돌린 민심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사법시험에 8전 9기로 합격하고 유능한 검사로서 검찰총장이 됐던 윤석열의 발언은 법리적으로는 맞는 말이 아니었다.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나 정부조직법 제34조(법무부 장관 소속 검찰청)는 총장과 장관의 수평적 관계를 뜻하지 않는다.
법리보다는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항거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윤석열은 장관과의 싸움에서 결과적으로 이겼다. 그것은 법리 논쟁이 아니고 정치였다.
윤석열이 착각하고 있거나 모르고 있는 게 있다. 그에게 국민은 이제 추미애가 아니다. 임기 초기에 그는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
거대 야당의 횡포에 맞서서 ‘국민’을 믿고 소신껏 국정을 이끌겠다는 그의 다짐에 나라를 걱정하는 지지자들의 마음이 든든했다. 그런데, 그가 지금도 그렇고 국민도 그 마음인가?
아니다. 이 대답에 지금 정부 여당의 위기가 있다. 한동훈 구원 투수 등장으로 절대다수 야당의 입법 폭주를 드디어 끝낼 기회를 잡은 것 같은 국민의힘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빠졌다.
4.10 총선 여당 승리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던 서울 민심이 지난 10일 사이에 15% 포인트나 사라져 버렸다. 윤석열이 이 원인을 알아도 문제고 모르면 더 큰 문제다. 청와대는 구중궁궐이라서 용산으로 옮겼는데, 구중궁궐이기는 똑같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길게 얘기할 것 없이 한 마디로 묻자. 이종섭을 당장 정리하지 않고 조기 귀국시켜 또 며칠 공수처 수사 논란으로 시간을 버려야 할 만큼 그 인물이 그렇게 중요한가? 호주 대사를 그 사람 안 시키고는 절대로 안 되니 총선을 말아먹더라도 지켜야만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종섭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대통령 윤석열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떼 같은 장병이 희생됐다. 그러면 대통령은 그 부모의 마음으로 수사를 지켜보고 조그만 외압 시비라도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차단하고 해명하려고 해야 했다.
윤석열은 그렇지 않았다. 정무 감각이 빵점도 모자라 마이너스 100점인 대통령실을 시켜서 하나 마나 한 부인 논평이나 내면서 자기가 임명한 국방부 장관을 보호했다.
그러다 급기야 출국금지 해제 조치와 함께 호주 대사로 급히 부임하도록 하는 무리수를 저질렀다. 당연히 도피 출국이란 야당 공격이 나왔고 이게 블랙홀이 돼 민주당의 비명횡사 저질 막장 공천 파동을 순식간에 빨아들여 버렸다.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과 수도권 후보들은 땅을 칠 노릇이다. 호주 대사 일이 뭐가 그리 막중하고 급하다고 선거 막판에 그런 똥볼을 찬단 말인가? 참으로 불가사의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지면 그 책임의 9할이 자신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윤석열은 여당이 지더라도 간발의 차로 석패해 지난 2년 같은 거야 시대 악몽은 끝나리라고 생각하고 오기를 부린 것 같다. 그래야 중학생도 알 수 있는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 미스터리가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총선은 대선과 다르다. 한 표만 져도 금배지를 뺏기며, 그런 패배는 도미노처럼 지역구 서울-인천-경기 121개 지역구 곳곳에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한동훈이 연일 다급하게 ‘도피 출국’ 이종섭과 ‘회칼 테러’ 황상무 처리 결단을 촉구하는 신호를 용산에 보냈다. 그나마 黃 문제는 자진 사퇴 형식으로 해결됐다. 이것은 윤-한 갈등 2라운드고 아니고가 아니다. 그런 것 할 시간도 없다.
이종섭 문제를 공수처 탓하면서 시간 끄는 건 또 한 번의 패착이다. 그는 이미 끝난 목숨이다. 그 만신창이가 돼 무슨 ‘방산 협력 대사’ 역할을 잘할 수나 있겠나? 전쟁인 선거판에 자의건 타의건 도마 위에 오른 게 잘못이다. 더 미련 두지 말고 자기가 깨끗이 사표를 던지는 게 옳다.
민주당은 과거와 미래 당권 경쟁자 박용진을 제거하기 위해 온갖 시스템 장난을 쳐 두 번씩이나 경선 탈락 극을 벌였다. 그와 2차 경선 쇼 대결에서 이긴 친명 성범죄 가해자 변호사 조수진에게 유시민이 “길에서 배지를 주었다”라고 했다지 않는가?
한동훈의 국민의힘은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윤석열의 무모와 아집 때문이다. 이미 지킬 수 없는 자기 사람을 지키려고 국민(민심)과 싸우려 드는 건 윤석열답지 않은 생각과 행동이다.
대통령에게 국민은, 싸워야 할 추미애가 아니다.
ⓒ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1
0
기사 공유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