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혼인 관계였어도…별거 기간은 노령연금 분할 산정 때 제외"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4.04.08 09:10  수정 2024.04.08 09:24

서울행정법원, 최근 국민연금공단 상대로 제기된 연금액 변경 처분 취소소송 원고승소 판결

원고, 1992년 결혼해 2013년 합의 이혼…법적으로 약 21년간 혼인 관계 유지

국민연금공단, 혼인 기간 총 176개월로 계산…매달 18만원 배우자에게 분할연금 지급 결정

재판부 "두 사람, 별거 이후 어떠한 왕래도 없이 지낸 것으로 보여…실질적 혼인 관계 존재 안 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혼한 전 배우자에게 쪼개서 줘야 하는 노령연금의 액수를 산정할 때 법적으로 혼인 관계였더라도 따로 살면서 사실상 남남으로 지냈다면 이 기간은 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최근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연금액 변경 처분 등 취소 소송을 A씨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1992년 결혼한 A씨와 B씨는 2013년 합의 이혼했다. 법적으로 약 21년간 혼인 관계를 유지한 셈이다.


A씨는 2022년 8월부터 매달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파악한 B씨는 지난해 1월 국민연금공단에 연금 분할을 청구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자이며 본인이 60세 연령 기준 등 요건에 다다르면 연금을 나눠서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분할 청구에 따라 혼인 기간을 2013년까지 총 176개월(14년 8개월)로 계산해 향후 달마다 약 18만원이 B씨에게 돌아가는 분할연금 지급 결정을 했다. 이미 받은 연금 중 분할분도 A씨에게서 환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결혼 3년여 만인 1995년쯤 가출했고 1998년부터는 주거지도 옮겼기 때문에 이 시기는 연금 분할을 계산하는 혼인 기간에서 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별거 시점 이후로는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명의 계좌에서 B씨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내역을 찾기 어려운 점, 두 사람이 별거한 이래 어떠한 왕래도 없이 지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별거 시점 이후로는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률상 혼인 기간 내내 실질적 혼인 관계가 존재했음을 전제로 이뤄진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은 국민연금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분할연금액을 산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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