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당내 비토론 의식하며
'추대' 말고 '경선' 치르기 원해
오는 3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찐윤(진짜 친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의 단독 출마가 예상된다. 당내 일각에선 '이철규 추대론' 움직임도 나온다. 다만 이 의원은 추대론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으며, 가능하면 복수 후보들과 경선을 치르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일 후보등록일을 이틀 앞둔 29일까지 국민의힘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당은 3일 당선인 총회에서 원내대표 선거를 진행한다. 만약 등록한 후보가 없으면, 선거는 다음 주로 미뤄진다.
법사위원장을 맡은 경험에 계파색이 옅어 유력 후보로 거론된 김도읍 의원이 전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이 의원의 독주체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윤상현·최재형 등 수도권 당선·낙선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이 의원 출마를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도권의 김성원·송석준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출마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의 출마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번 원내대표 자리가 '꽃밭'이 아닌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 의원이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친명' 색채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국민의힘도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강경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남권 한 의원은 "이철규 의원에게 용기 내서 나가라고 조언했다. 이번 원내대표는 욕먹는 자리다.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임을 알고도 가야 하는 자리다. 당장 원 구성 협상부터 전쟁이 예고됐는데, 이 의원 말고는 적임자가 없다"며 "TK에서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출마 선언을 선뜻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내 비토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했고, 대통령실과 친윤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나서면 민심과 더 멀어진다는 지적이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이 의원은 지난 선거 때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을 했는데, 총선 패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솔직히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은 아니다. 지금은 자숙할 때가 맞다"며 "총선에 나타난 민심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최재형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의원 출마설 기사를 공유하며 "기존 틀을 완전히 깨고 상상 그 이상으로 확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선수교체 없이 옷만 갈아입혀 다시 뛰게 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경남 김해갑에서 낙선한 조해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의원을 겨냥해 "이대로 가면 정권심판 책임자가 당의 얼굴이 돼 국민 앞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 이 의원이 단독 출마하면서 '추대'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 의원은 이 역시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또 다른 영남권 중진의원은 "추대론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찬반 여론이 분명하게 나오는데, 추대가 웬말이냐"고 했다.
자신의 출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이 의원도 '추대'보다는 '경선'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잡음 없이 당당하게 원내대표직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만약 또 다른 원내대표 후보가 나오면, 오히려 이철규 의원 결단은 더 빨리 설 것이다. 이제 사실상 이 의원 결단만 남았다"고 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인의 지역구 활동을 공유하며 "많은 분들께서 극심한 여소야대 국회 상황과 우리 당의 모습에 우려하는 말씀들을 해주셨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국민만 바라보며 꿋꿋이 나아가면 민심의 힘이 균형추가 돼주리라 믿는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