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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서 숨진 여고생…"차라리 정신병원" 애원에도 학대 지속


입력 2024.07.25 08:20 수정 2024.07.25 08:28        이정희 기자 (jh9999@dailian.co.kr)

교회 신도와 합창단장의 학대로 숨진 여고생이 여러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 여고생은 잠도 자지 못하고, 성경 필사, 계단 오르기 등의 학대행위를 당했으며 이로 인해 물도 마시지 못할 만큼 몸이 약해졌음에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


24일 MBN 보도에 따르면 피해 여고생 A(17)양은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A양의 어머니는 딸을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교회 신도들과 치료 방안을 논의했고 교회 합창단이 치료를 맡겠다고 하자 지난 2월 14일 A양을 교회로 보냈다.


ⓒ연합뉴스

교회 설립자의 딸이자 합창단장 B(52·여)씨는 신도 C(54·여)씨에게 "난동을 부리거나 말씀을 따르지 않을 때는 마음을 꺾어야 한다"며 사실상 학대를 지시하고, 상황을 보고받았다.


A양은 "도망을 가고 싶다. 차라리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했으나 교회 신도들에 의해 감금되고 감시 당했다.


이들의 학대 행위는 다양했다. 의료진의 치료가 필요한 이상 증세를 보여도 A양의 몸을 결박했다. 또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A양에게 강제로 성경 쓰기를 강요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지시했다.


B씨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받고C씨 등에게 "여유 가지면 안 되고 물러서면 안 되고" 또는 "엄청나게 야단쳐야 한다"라는 지시를 메시지로 보냈다.


이후 A양은 건강 상태가 나빠져 5월 4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됐다. 같은 달 6일에는 물을 비롯한 음식물을 전혀 섭취할 수 없게 상태는 악화됐다.


B씨는 C씨 등으로부터 상황을 전해 듣고 직접 A양의 상태를 확인했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A양을 더욱더 강하게 결박하기 위한 치매 환자용 억제 밴드를 구매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몸의 급소', '병원 발작할 때 묶는 끈', '정신병원 매질'을 검색했다.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리던 A양은 결국 올해 5월 15일 오후 8시쯤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검찰은 B씨와 C씨, 또 다른 신도 등 3명을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이달 5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C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의견"이라고 했다. B씨 등의 변호인들도 "범행의 고의성이나 사망 예견 가능성과 관련해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기자 (jh999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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