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국회 통과 앞두고 간호계·의사 단체 '극한 대립'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8.28 14:36  수정 2024.08.28 14:36

간호계 "PA 간호사들 의료행위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 마련된 것"

의사 단체 "국민 생명을 담보 잡히고, 직역 갈등을 격화시킨 악법"

‘간호법 제정안’ 복지위 통과…오후 본회의서 처리.ⓒ연합뉴스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앞둔 가운데 이를 두고 간호계와 의사 단체들 간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간호계는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로 부족해진 의사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기 위해 투입된 간호사들이 이제 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며 열렬히 환영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와 전공의들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직역 간 갈등을 격화시키는 '악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2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전날 밤 여야가 막판 합의를 이룬 간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복지위를 통과한 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간호계는 간호법 통과를 앞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의사 부족으로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 났을 때 법적 책임을 우리가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제정안이 통과되면 법의 미비가 해결되는 거니까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보다는,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간호사들이 명확하게 정해진 업무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게 됐다는 건 환영할 만하지만, 동시에 책임이 늘어나는 만큼 (제정안에는) 양면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불법의료 행위에 내몰려온 PA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현장의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고 의료사고 위험으로부터 환자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조의 끈질긴 활동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며 "의사인력 부족과 전공의 진료거부 장기화에 따른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했다.


간호협회, 지난 5월 27일 간호법 제정 촉구.ⓒ연합뉴스

반면 의사 단체들을 오랜 기간 간호법 제정을 반대해 왔다. 법안이 최종 통과를 앞두자 '악법', '간호사 특혜법'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간호법은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해 국민 생명을 담보 잡히고, 직역 갈등을 격화시킨 악법"이라며 "의사들은 환자를 버리고 간 패륜 행위를 한 것처럼 취급하더니, 파업 으름장을 놓은 보건의료노조에는 '간호사 특혜법'의 발 빠른 국회 통과로 화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이 띠를 두르면 이유를 불문하고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하고, 보건의료노조가 파업하면 노동자들의 정당한 실력 행사로 미화한다"며 "지난 반년 동안 환자 곁을 떠났다고 언론과 온 사회가 마녀사냥하고 조리돌려 의사는 악마의 화신이 됐는데, 보건의료노조가 환자를 내팽개치고 떠나는 것에는 한없는 존중과 관대함만 보이는 이중적인 행태를 또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무수히 말했듯이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악법인 동시에 간호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라며 "간호사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각종 불상사의 책임에 직면하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연합뉴스에 "간호법의 목적은 간호사들로 전공의들을 대체하려는 것"이라며 "과연 이것이 궁극적으로 한국 의료와 국민 건강에 얼마나 크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비행기로 따지면 의사는 기장, 간호사는 승무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간호법은) 기장들이 일시적으로 비행기 운항을 못 하는 상황에서 승무원에게 조종을 맡기는 것"이라며 "이 경우 승객들(환자)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지, 법안을 추진한 사람들이 과연 나중에 책임을 질지 의문이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전공의는 "저는 솔직히 내년 3월에는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약간 고민하고 있었다"며 "정부는 전공의 없이 간호사들로 대형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우리도 살길을 찾아서 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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