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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엔 쓴맛, 오비엔 달콤할까?…소주 3강구도 재편 ‘주목’


입력 2024.09.13 07:13 수정 2024.09.13 07:1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오비맥주, 신세계L&B ‘제주소주’ 인수

“K주류 글로벌 수출 강화 목적”

주류업계 "해외도 만만치 않아"

오비맥주 카스 라인업.ⓒ오비맥주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비약적으로 확대한다. 맥주시장의 절대강자 지위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침체된 주류 시장에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소주시장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고 나섰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의 확장을 위해서다.


맥주 ‘카스’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할 경우,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양강 체제를 이룬 국내 소주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국내 소주 소매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59.8%, 롯데칠성음료는 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3일 오비맥주와 신세계L&B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인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하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아 소주 사업에 뛰어든다.


제주소주는 2011년 설립된 제주도 향토 기업이다. 2014년 ‘올레 소주’를 출시했고,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190억원에 인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인수였다. 이듬해에는 올레 소주를 ‘푸른밤’으로 재단장해 출시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결국 자체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이마트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4년에 걸쳐 제주소주에 570억원을 투입했지만 흑자 전환에 끝내 실패했다. 제주소주는 국내 사업을 지속한 2017~2020년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434억원에 달한다.


결국 2021년 3월 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인수한 후 푸른밤 생산을 중단하며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소주 위탁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지난 6월 신세계L&B는 제주소주를 물적분할하고 와인 사업에 집중했고, 이번에 오비맥주에 매각하게 됐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상품인 ‘카스’와 함께 제주소주를 통해 해외 수출 제품군을 다변화 할 전망이다. 제주소주는 고래소주(미국), 힘소주(베트남) 등의 제품을 ODM으로 생산해 수출해 왔다. 제주소주의 한 해 수출량은 약 60만병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한맥 업그레이드 출시 패밀리샷ⓒ오비맥주
◇ 오비맥주, 끝없는 혁신과 도전…이번엔 글로벌 시장서 재도약


오비맥주는 맥주 브랜드 ‘카스’를 앞세워 국내 맥주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 까다로운 술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혁신’이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며 진화를 거듭한 성과로 풀이된다.


오비는 그동안 다양한 요소에 변화를 시도해 왔다. 지난 2021년 ‘갈색병’에서 무색의 투명한 병으로 교체를 선언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주류회사 중 색이 없는 투명한 유리병의 병맥주를 출시한 것은 오비맥주가 처음이다. 여기에 맛 역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왔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높은 ‘카스’ 등 기존 제품으로 점유율을 지키면서 수제맥주를 다양화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경쟁사와의 차별을 강화해 왔다. 곳곳에 포진된 ‘브루펍’(맥주 판매 양조장)을 통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시장 저변을 빠르게 넓혀오기도 했다.


발빠른 시장 대응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뒤따랐다. 오비맥주는 지난 2021년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테라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맥주 브랜드 ‘한맥’을 선보였다. 우리 쌀을 활용해 차별화하는 한편, 녹색병 돌풍을 일으킨 테라에 맞서 한맥 역시 녹색병으로 응수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소주 시장에 진출하며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맥주 업계 1위로서 인지도가 높은 만큼,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은 국내 소주시장의 경쟁이 극심한 점을 고려해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글로벌 공략 전략을 채택했다.


업계에서는 해외에서 K소주 인기가 높아지자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 진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0년 만에 1억달러(약 1340억원)를 넘어섰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진로의 글로벌 대중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이번 인수에 대해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제주소주는 그동안 수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 내 K-소주의 판로를 확대해 온 브랜드다. K-열풍의 성장세를 활용해 해외서 더욱 다양한 한국 주류를 선보이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


'제주 푸른밤' 2종. ⓒ신세계그룹
◇ 주류업계, 응원하는 마음…성공 가능성은 ‘글쎄’


다만 오비맥주의 야심찬 움직임에도 주류업계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긴장은 커녕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비맥주의 유통망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갸우뚱’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수적인 주류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낼 지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를 견제할 주류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전략에 더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내 시장 못 지 않게 글로벌 시장 역시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 더욱 그러하다. 해외 시장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이다. 쉽게 말해 ‘마시던 술’을 잘 바꾸지 않는다. 각 지역별 로컬 맥주 충성 고객층이 꽤 두텁다.


특히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경쟁사들의 소주 역시 이미 곳곳에 널리 퍼져있는 상황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소주의 수출은 한류열풍이 불기 전부터 지속돼왔던 것으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해외 시장과의 신뢰가 형성돼 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주가 한류 등의 붐에 의해 약간의 수출 호조세를 보인다고 해도 맥주, 와인, 위스키 등과 비교하면 글로벌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타 주종”이라며 “해외도 각 지역 로컬 맥주 등 글로벌 브랜드가 딱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 나가 있는 교민 등 한국인을 제외하면, 소주 해외 수출 시장은 한류라는 최근의 트렌드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 볼 수 있어 전략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주류 마켓에서 소주의 포지션은 국내서 한때 열풍이 불다 사라진 과일소주 정도로, 트랜디하지만 금방 사그라들지 모르는 변방의 북소리 정도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다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해외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 맥주와 소주는 같은 수출 경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기존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제주소주는 지난 2022년부터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소주 수출을 확대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오비맥주도 글로벌 확장을 위해 이미 세계인의 눈도장을 찍는데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맥주 브랜드 카스는 올해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서 프랑스 파리에서 ‘카스 포차’라는 한국식 포장마차 테마의 홍보 부스를 운영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오비맥주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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