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이틀 "金 활동 자제해야" 메시지 내놔
친한계 '공감'…친윤계 "자해 발언 삼가야"
"리스크 풀어야 한다"는 데엔 공감대 형성
10·16 재보선 이후 '윤한 독대'에 이목 집중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다. 김 여사가 얽힌 숱한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어서다.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경계령을 내리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일부 의원들은 반발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여사 리스크'를 풀어내야 한다는 데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재보궐선거 이후로 예정된 독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가 여사 문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10일 인천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 "당초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그것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 2021년 12월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전날 부산 금정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이후 이틀 연속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한 대표의 입에서 이틀 연속 나온 이유는 최근 당을 집어삼킨 부정적 이슈가 모두 김 여사와 관련이 있어서다. 실제로 현재 여당 내 최대 이슈로 꼽히는 '공천개입 의혹'와 '공격 사주 의혹'의 중심에 선 명태균 씨와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그간의 각종 발언에서는 김 여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은 정부와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7~8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시 김 여사에 대한 평가도 함께 반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68.9%는 "함께 반영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10월 2주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5.7%, 부정평가는 71.6%를 기록하며 데일리안 정례조사 이래 역대 최저로 내려앉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 여사 리스크가 현 정권의 최대 악재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권 내에서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박상수 대변인은 지난 9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현재로서는 김 여사가 무슨 행동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계속해서 우리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 크게 보고 활동을 조금 자제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인 정성국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여사께서 지금 어떤 액션을 취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좀 나온다. 사과만으로 되느냐 이런 얘기까지 오고 있다"며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 나온다면 그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고 이 문제가 타개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그런 마음"이라고 발언했다.
반발도 있었다. 한 대표가 굳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아군인 김 여사를 비판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 나온 반발이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여사의 공개활동 자제)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런 부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느냐"라며 "그런 부분은 비공개로 (요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의견"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 리스크를 둘러싼 당의 내홍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 더 커졌다. 한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질문에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김 여사의 공개활동 자제 필요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검찰 기소 문제로 수위를 높인 건 명품가방 수수,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더욱 악화된 민심이 당면한 10·16 재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가 단행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상황이 심각한데, 독대가 성사되더라도 시점이 재보선 이후인 만큼 한 대표는 일단 재보선부터 먼저 승리를 거두고 그 다음에 독대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독대를 염두에 두고 발언의 수위를 조정할 정도로 녹록한 선거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도 된다.
반면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친윤 진영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니, 법과 원칙에 맞는 수사 대신 여론재판을 열자는 것이냐" "김 여사에 대한 악마화 작업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해적 발언을 삼가라"는 등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김 여사 리스크를 사이에 둔 대치 상황이 최근 며칠새 지속되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번 기회에 '여사 리스크'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마련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독대 자리에서 김 여사 이야기를 꼭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며칠 전에 독대를 요청했을 때와 지금의 김 여사 관련 의혹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며 "한 대표는 싫어도 여사 이야기를 해야 하며, 윤 대통령께서도 듣기 싫어도 여사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 사이에서 공통의 대응방안을 찾아가는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역구 내려가본 의원이라면 추석 때부터 여사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얼마나 많은지를 다 알 것"이라며 "계속 이슈가 터지고 있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빨리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얘기를 해서 제2부속실이든 특별감찰관이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게 당내 중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