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여의도서 윤여준 전 장관과 오찬
김종인·이상돈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사회 원로 말씀 필요해" 고견 물어
李 "정치인은 싸우다가도 화해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수 진영의 책사로 분류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을 하고 정국 현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지난달에는 '중도보수 정치 책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중앙대 법대 스승이기도 한 국민의당 이상돈 전 의원을 연이어 만난 데 이어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앞세운 중도층 확장 행보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는 30일 정오께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 전 장관을 만나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한 번 말씀을 듣고 싶었다"며 정국 현안에 대한 고견을 물었다.
윤여준 전 장관은 1939년생으로 전두환정부에서 청와대 공보비서관, 노태우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김영삼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뒤 환경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이던 때에는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오랫동안 활약했다. 파평 윤씨 장령공파 36세손으로 35세손인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문중이기도 하다.
이날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장관은 "나라 형편이, 국제정세나 국내상황이나 점점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국가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곤란하다"며 "그런 점에서는 나이 먹은 사람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실 것 같다.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아졌고 국제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어서 사회 원로들의 말씀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이 "국민적 역량을 다 모아도 쉽게 헤쳐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올 거 같은데, 더군다나 대통령이 국민 신뢰도가 낮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저러면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는 굉장히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우리도 국가가 워낙 불안정해지니까 국민의 삶에도 악영향이 너무 크고 정국이나 국정운영이 안정되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고 말하자, 윤 전 장관은 "더군다나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인데, 다수당을 이끄는 대표는 책임이 무거운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여야가 정쟁성 공방전을 이어가는 데 대해 윤 전 장관은 "야당으로서 할 역할이란 게 제한적이고, 대통령이나 여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그런데 같이 힘을 합쳐 뭘 해보자는 모습은 별로 안 보이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 여야는 이상하게 적대적 관계가 돼 버렸다. 작은 나라가 분열돼서 역량을 모으질 못하니 정말 딱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대표는 "제일 답답한 게 정치인들은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하고 만나야 한다. 싸워도 감정적으로 싸우면 안 되는데 내가 보기엔 지금은 정치인들이 진짜 서로를 미워한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윤 전 장관은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이 대표가 "공개적 자리 외엔 만남도 없고 적대 감정들이 실제로 있어서 회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자, 윤 전 장관은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소수 여당인데 다수당과 대화를 그렇게 안 한다는 건 민주적이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절대 득이 안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이 대표가 윤 전 장관을 향해 "(여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그런 길을 좀 열어주셔야 한다"고 요청하자, 윤 전 장관은 "(내가) 그럴 역량이 있겠느냐"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