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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마약류도 아닌데 왜 제한하나" "한 달 치 처방 미리 받아 놨다" [데일리안이 간다 103]


입력 2024.12.04 05:07 수정 2024.12.04 05:07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정부, 비만치료제 5종 비대면 진료 처방 제한…현장 혼란 최소화 위해 15일까지 계도기간

시민들 "직장 생활 하다 보니 대면 진료 시간 빠듯한데…비대면 처방 제한되니 몹시 당황스러워"

"살찌면서 허리, 무릎 안 좋아져 장거리 이동 매우 불편…이런 경우 고려해 대안 마련해야"

의료계 "체중 속이면서까지 비만치료제 처방 받는 문제 발생…대면 처방 시행되면 수요 줄어들 듯"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병원 접수대에 비만치료제 '위고비' 샘플이 전시돼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살 빼는 약으로 불리는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5종의 비대면 진료 처방이 제한됐다. 비대면 진료 시 손쉽게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어 오남용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인데, 시민들은 "마약류 같은 중독 우려 약품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비대면 처방을 중단하니깐 몹시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비대면 처방 중단 소식을 듣고 미리 한 달 치 처방을 받아 놨다는 시민도 있었다.


의료계에선 "치료제 처방을 위해 몸무게까지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병원에 찾아와 처방해 달라는 것까지 막긴 어렵겠지만 비대면 처방을 했을 때보단 그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부터 위고비를 포함한 비만치료제를 비대면 진료 시 처방 금지 의약품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비만치료제의 무분별한 처방과 다양한 형태의 불법 유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처다. 이에 따라 ▲세마글루티드(위고비) ▲리라글루티드(삭센다)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 ▲오르리스타트(제니칼) ▲부프로피온염산염 및 날트렉손 염산염(콘트라브) 등 5종 비만치료제의 비대면 진료 처방이 제한된다.


다만 복지부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5일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제도 변경 사항을 안내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병원 외관에는 '다이어트 체형관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시민들은 정부의 비대면 처방 제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결혼을 앞두고 체중 감량을 위해 위고비를 사용했다던 서모(30)씨는 "결혼 준비하면서 이미 연차를 많이 소진하다 보니 또 연차를 내고 병원에 가는 것이 눈치 보였다. 그래서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살 빼는 약 처방을 받아 왔다"며 "마약류처럼 중독이 우려되는 약품도 아닐 텐데 갑작스럽게 비대면 처방을 중단하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박모(34)씨는 "얼마 전 비대면 진료로 위고비 처방이 제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대면 진료를 잘 활용하고 있었는데 아쉽다"며 "직장에 다니다 보니 병원에 찾아가 대면 진료를 받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지난주에 미리 한 달 치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아 놨다"고 말했다.


압구정역 인근 한 병원 앞에서 만난 A씨는 "급격하게 살찌면서 허리랑 무릎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불편해 비대면 진료로 비만치료제 처방을 해왔는데 이를 제한한다고 하니 막막하다"며 "비대면 처방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런 경우를 고려해 별도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약국에서 판매 중인 비만환자용 의약품 위고비.ⓒ연합뉴스

의료계 전문가들은 비대면 처방 제한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취통증의학 전문의 박모씨는 "비대면 처방이 가능했을 때는 하루 평균 20건에서 많은 날에는 30건에 가까운 문의가 들어왔다"며 "비만치료제는 신장과 체중을 측정해서 체질량지수를 계산한 뒤 처방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약물요법까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체중을 속이고 처방해 달라고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비대면 처방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환자가 병원에 찾아와 비만치료제를 처방해 달라는 것까지 막긴 어렵다. 다만 대면 처방이 시행되면서 그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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