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안에 국고채 금리↑
연동된 대출 이자율까지 상승
돌발 악재에 서민들 '설상가상'
비상계엄 사태가 은행 대출 금리를 더 끌어올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불안으로 국고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정해지는 대출 이자율까지 나비효과가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와중, 설상가상으로 예기치 못한 계엄령까지 금융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장 마감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62%로 전일 대비 0.041%포인트(p) 올랐다. 5년물 역시 2.640%로, 10년물도 2.765%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034%p와 0.052%p씩 올랐다.
이날 국고채 금리 상승은 바로 전날 단행된 비상계엄의 영향이 컸다는 평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따른 정치 불안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국고채 가격이 떨어지면서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구조다.
이대로 계속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이와 연동된 은행 대출 이자율도 상승할 공산이 크다. 결국 계엄령의 후폭풍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요즘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금리도 높여 왔다. 가계부채를 옥죄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대출 수요을 조절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근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비대면 가계대출을 중단했고,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달 6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비대면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5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 판매를 중지했고, 하나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은행은 지난 4일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지난달 4일 이미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5%p 축소했지만 여전히 증가세가 이어지자 조치를 내린 것이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면 전체 대출 금리는 올라간다. 그간 우리은행이 신용대출 상품들에 0.7~1.4%p의 우대금리를 책정하고 있었던 걸 감안하면 최대 1.4%p 금리가 인상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은행 대출을 찾는 수요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893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0.2%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역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규모는 유지되고 있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338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0.2%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있었는데 계엄 사태 여파로 하락폭이 제한될 수 있다"며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된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