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2분 담화'에 직접적 평가 삼가면서
'하드 랜딩'보다 조기 하야 '소프트 랜딩' 무게
이재명 선거법 사건 확정판결 시기도 변수
"총리와 민생·대외상황 악화 막도록 하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아끼면서도, 윤 대통령이 2년 넘게 남은 잔여 임기를 온전히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드 랜딩'인 탄핵보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자진 하야하는 형식의 '소프트 랜딩'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7일 오전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의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육성 입장 발표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 발동으로 놀랐을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며,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국정 운영을 정부와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담화는 기자들과의 문답 없이 2분간 짧게 진행됐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비판적인 국민 눈높이를 의식해 '진솔했다' 류의 평가는 일절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임기 단축)은 불가피 △집권여당 대표인 자신과 국무총리가 당분간 민생경제·대외문제 관리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의 방식을 고민하겠다는 세 가지 지점에 방점을 찍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이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에 대해 당에게 일임한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 앞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의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과 정부가 책임지고 정국 운영을 하게 하겠다는 말씀도 있었다"며 "내가 총리와 민생 상황이라든가 중요 상황 등을 긴밀히 논의해서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할 때까지) 민생이 고통받고 대외 상황이 악화되는 일을 막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이 잔여 임기를 마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장 탄핵을 직접 입에 올리지 않은 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선거법 사건은 다른 사건에 우선해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항소심이 3개월, 상고심이 3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6-3-3 원칙'이 적용된다. 원칙대로라면 반 년 내에 최종 결론이 나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이 치러진다.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법 리스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더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 대표에게 대권을 헌납하는 것도 안된다는 국민 여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한 대표는 이 대표 사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하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국민 혼란을 최소화할 '질서 있는 퇴진' 방식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잔여) 임기를 포함해서 당에 일임했고, (나는) 그것을 논의하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말씀도 드렸다"면서도, 계속되는 탄핵 찬반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감사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