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손흥민(32·토트넘)과 황희찬(29·울버햄튼)의 연말 ‘코리안 더비’는 환호와 탄식으로 범벅됐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30일 0시(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킥오프 한 ‘2024-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토트넘-울버햄튼전에서 나란히 선발 출격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리버풀전(3-6패), 노팅엄 포레스트전(0-1패)에서 부진했던 손흥민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캡틴’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2-0승) 쐐기골의 주인공 황희찬은 예상대로 ‘원톱’으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맨유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던 황희찬은 종료 직전 시즌 첫 골을 넣었다.
가벼운 포옹으로 시작한 둘의 연말 코리안더비는 환호와 탄식으로 범벅됐다.
환호성을 내지르게 한 쪽은 황희찬. 라얀 아이트누리가 페널티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건넨 패스를 내준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제대로 감아 찬 볼은 토트넘의 골포스트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고, 토트넘 홈팬들마저 놀라게 했다. 직전 맨유전에서 올 시즌 EPL 1호골을 터뜨린 황희찬의 2경기 연속골. 맨유전 쐐기골에 이어 이날은 선발로 출전해 선제골까지 터뜨린 황희찬은 신임 페레이라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희찬에게 골을 허용하며 0-1 끌려가던 토트넘은 불과 5분 뒤, 박스 정면에서 코너킥을 벤탄쿠르가 헤더로 연결해 동점골을 만들었다.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7경기 출전징계를 받고 복귀한 벤탄쿠르는 2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1-1 동점을 이룬 토트넘은 전반 43분 역전 기회를 잡았다. 존슨이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호흡을 가다듬고 왼쪽 방향으로 회심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조세 사 손에 걸리고 말았다. 실축한 손흥민은 머리를 감쌌고, 홈 관중석 곳곳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재계약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손흥민은 이날도 우울했다.
다행히 전반 추가시간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은 존슨이 논스톱 슈팅으로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아쉬움을 삼키며 후반을 맞이한 손흥민의 움직임은 전반 보다 더 좋지 않았다. 토트넘의 공격은 손흥민이 있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손흥민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다. 최근 리그 2경기에 이어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손흥민은 후반 19분 교체 아웃됐다. 손흥민은 이날도 울버햄튼전에서 골을 넣지 못한 채 물러났다.
선제골을 넣은 황희찬도 후반 33분 벤치로 들어왔고, 울버햄튼은 후반 42분 라르센의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2-2 무승부로 경기는 종료됐다. 슈팅 1개에 그친 손흥민의 실축도 떠오른 아쉬운 순간이다.
경기 전 손흥민의 벤치 출발을 예상했던 영국 풋볼런던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손흥민은 한 시간 만에 교체됐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4를 매겼다. 후스코어드는 황희찬에게 7.04의 평점을 줬지만, 손흥민에게는 5.97점만 줬다. 풋몹도 손흥민에게 공격진 중 가장 낮은 평점을 부여했다.
토트넘은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에 그치며 7승3무9패(승점24)로 11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울버햄튼은 3경기 연속 무패(2승1패)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17위(승점16)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