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사극 ‘신입사관 구해령’ 이어
색다른 로코로 돌아온 김호수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10대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냈던 김호수 작가는 이후 ‘신입사관 구해령’으로 사극 장르에 도전했다.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의 이야기를 통해 로맨스의 설렘과 유의미한 메시지를 함께 전했었다.
지금은 코미디와 로맨스를 결합한 tvN 토일드라마 ‘감자연구소’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감자에 울고 웃는 감자 연구소를 배경으로 감자가 전부인 미경(이선빈 분)의 인생에 나타난 차가운 원칙주의자 백호(강태오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묵직한 범죄 스릴러부터 뚜렷한 메시지의 로맨스 사극까지
‘솔로몬의 위증’은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동급생의 추락사에 얽힌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지난 2016년 방송됐었다.
고등학생 이소우(서영주 분)가 학교 화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며 시작된 이야기는 학생의 죽음을 덮기에 급급한 학교, 어른들의 이기적인 민낯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확대됐다. 특히 이소우의 죽음을 파헤치는 주체는 그의 친구인 10대들이었고, 이에 그들이 마주하는 사회의 민낯이 주는 충격이 더욱 컸다.
어리고 미숙하지만, 뚝심 있게 정국재단의 비리를 파고드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면서도 뭉클하게 여겨져 뻔한듯, 새로운 범죄 스릴러가 된 것. 특별관리 학생들을 향한 특혜 및 성적 조작, 그리고 학교 폭력 묵인까지. 이소우의 사인은 자살이었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구조적인 원인을 짜임새 있게 보여주면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었다.
‘솔로몬의 위증’을 통해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파헤쳤던 김 작가는 로맨스 사극 ‘신입사관 구해령’으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선보였다.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신세경 분)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차은우 분)의 이야기를 통해 통해 설레는 로코의 재미를 그려냈던 것이다.
뚜렷한 메시지를 통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역량은 여전했다. ‘신입사관 구해령’ 은 ‘문제적 여사’ 구해령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여운을 배가했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신입사관 구해령’은 혼례 날 담장을 뛰어넘어 여사 별시 응시장으로 향하는 뚝심 있는 구해령이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내며 설렘과 동시에, 남다른 울림을 선사했었다.
특히 자신을 부인으로 맞고 싶다는 이림에게도 평생을 부부인으로 갇혀 살고 싶지 않다는 소신을 지켜내는 등, 로맨스 사극이지만 ‘신입사관 구해령’만의 해피엔딩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감자연구소’ 또한 어떤 메시지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경과 백호가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한편, ‘감자’에 진심인 이들이 선사할 ‘힐링’ 메시지도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감자 연구소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한 김 작가가 어떤 차별화될 메시지를 전할지, ‘감자연구소’의 후반부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