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시간 벌기 또는 타이밍 보기에 李, 이판사판 대들어
대대행 탄핵 난동이야말로 내란, 尹 내란 타령 벌써 무색
이재명, 나라 경제-안보보다 본인 재판 형량이 천만 배 더 중요….
헌재, 이런 사람 대통령 시키자고 선고 안 서두르는 건 당연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한 건 사실이다. ‘계몽령’ 같은 건 헛소리다. 야당의 패악질을 그동안 자세히 모르고 있던 연성 보수층이나 정치 저관여 중도층에게 일부 통하는 사후(사고를 친 후) 합리화 조어일 뿐이다.
그러면 이재명은 잘했나? 윤석열보다 열 배는 잘못했고 지금도, 오직 본인 법망에서 빠져나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만을 위해, 열심히 나라 망가뜨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전라도에 가서 “윤석열이 돌아오면 나라 망한다”라고 외마디를 질렀다. 그러나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더 거덜 난다”라고 대꾸했을 국민이 적어도 절반 이상이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는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죄가 중한지, 즉 누가 더 나쁜지를 가리는 결정이 됐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것을 알고 있고, 국민 다수도 이 판단에 동의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헌재는 처음엔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계엄의 위헌, 위법 사항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 불법 행위가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큼 중대한지를 가리면 됐는데, 이것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을 과연 직무에 복귀시켜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당시엔 너무 컸다.
이 상황이 180도 변해 버렸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탄핵 속도를 빠르게 높인답시고 사유 중에 내란 부분을 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내란은 계엄의 위헌, 위법성과 함께 탄핵을 완성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국헌 문란 행위다.
헌재와 민주당은 이 탐나는 물건을 가지고 가기보다는 버리는 게 일사천리 변론-평의를 위해 더 낫다고 봤다. 이재명 항소심 전 탄핵, 조기 대선을 노린 조급증이었다. 다른 불법 요소들만으로도 탄핵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패착이었다. 이후 변론 과정에서 증거 부족, 답변 거부, 거짓말, 협박, 회유 등으로 의문만 증폭되고 진실은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밖에서는 거대한, 1백만 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면서 윤석열은 영웅이 되고 헌재와 민주당이 포위되는 형국이 됐다.
이때 지귀연의 ‘역사적인’ 구속 취소 판결이 떨어졌다. 그는 공수처, 내란 수사의 정당성과 혐의 자체에 물음표를 붙였다. 구속 기한 계산은 일수가 아닌 시간으로 해야 한다는 건 표면적 명분이고, 공수처는 수사 권한이 없고 그게 내란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게 그가 윤석열을 풀어준 진짜 이유였다.
헌재는 내란 삭제-탄핵 반대 집회-구속 취소 3개 대포를 맞고 중심과 자신감을 잃었다. 8-0을 확신하던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갑자기 힘이 빠졌다. 한국 정치는 다이내믹하고 한국 사법도 이렇게 변화가 무쌍하다.
헌재 심판은 법리만 가지고 이뤄질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나라를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탄핵 선고는 정치다. 헌재는 이 정치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끝내 잘할 것인지 아닌지가 나라의 명운을 가르게 됐다.
헌재가 이재명 민주당에 휩쓸려 탄핵 드라이브를 걸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시간 벌기일 수도 있고, 타이밍 보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시간 싸움에 들어갔다. 전자는 인용 결론을 내놓고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누그러뜨리려 시간을 보내는 전략이다. 충분히 숙의했다는 시위를 위해서다.
후자는 물론 이 전략 피해자도 이재명이다. 시간을 끌려면 며칠로는 안 되고 상징적인 분기점을 지나야 한다. 이재명 항소심 선고는 26일이다. 헌재 선고에 앞서 이 심판이 결정됨에 따라 감형은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면 이재명은 피선거권 박탈 형을 안고 조기 대선 출마를 강행, 모래주머니를 10개는 차게 된다.
이는 또 헌재가 인용 정족수 6명을 확보 못한 채로 그것을 발표할 최적의 타이밍을 보고 있다. 방통위원장 이진숙 탄핵 선고 결과는 4 대 4였다. 이것이 바로미터다. 이진숙보다 위법 사항이 훨씬 중한 윤석열은 친보수 4명 중 1.5명 정도가 인용 쪽으로 의견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인용 6명이 안 되는데, 이것을 6명 이상으로 만드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求)한다’)이고 팥으로 메주를 쑤려는 시도다. 윤석열 파면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재판관들이 법을 몰라서 그러겠나? 평의고 뭐고 다 소용없는 짓들이다. 헌재는 평의를 계속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타이밍을 보고 있다. 이재명 항소심이 끝나고 문형배-이미선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4월 11일 정도에 선고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래서 나온다. 문재인 임명-이재명 친구 헌법재판소장 대행 문형배가 임기 마지막까지 기각(또는 더 가능성이 큰 각하) 파들을 상대로 설득에 설득을 다 했다는 평을 들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초조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론이 나빠지자 석 달간 꾹 참아 온 대대행 최상목 탄핵을 마침내 결행키로 했다. 국회의장 우원식이 그래도 이성을 잃지 않아 본회의 처리는 미지수다.
이재명의 이판사판 난동이야말로 내란 아닌가? 그들의 입과 진보좌파 언론들에서 벌써 윤석열 내란 타령은 사라졌다. 내란은 애초에 법적 개념보다는 국민의 눈과 귀로 접하는 가시적 폭동이라는 게 상식 아닌가? 현직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킨다는 게 일반 중도-보수 국민에게는 황당한 소리였다.
이재명에게는 나라보다 본인 재판에서 선고될 형량이 대통령 피선거권 박탈이냐 아니냐가 천만 배 더 중요한 사람이다. 대통령을 대신해 나라 살리기에 전심전력 중인 경제 수장에게 “몸조심하라”라는 양아치 발언이나 하는 수준이다.
헌재가 이런 사람 대통령 시키자고 탄핵을 서둘러서 인용하는 선고는 피하려고 고심하고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헌재는 나라 생각을 최우선으로 더 고민해야 한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