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의 희생자가 15명으로 늘었다.
26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안동 등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확산한 산불에 따른 사망자는 오전 6시 기준 15명이다. 사망자는 안동시 2명, 청송군 3명, 영양군 4명, 영덕군 6명 등이다.
영덕군 사망자 일부는 실버타운 입소자들이다. 영덕읍 매정리의 한 노인 요양 시설 입소자인 이들은 전날 오후 9시 차를 타고 대피하던 중 화염으로 차가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주왕산국립공원 등에 불씨가 날아든 청송군에서는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읍 한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영양군에서는 일가족 3명이 오후 11시 10분쯤 석보면에서 함께 차를 타고 대피하다 숨졌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인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서는 산불 위협에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산불은 25일 오후 한때 안동시 풍천면에 자리 잡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10㎞까지 근접했으나,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문화재 소실이 잇따르고 있어, 방심할 순 없다. 이번 산불로 의성군 단촌면에 있는 천년고찰 고운사의 연수전과 가운루가 소실됐다. 고운사에 소장 중이던 보물 석조여래좌상 등 유형문화유산 41점은 앞서 오전에 경북 각지로 옮겨져 화를 면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가운데 하나인 안동 봉정사에서는 한밤중 긴급 유물 이송 작전이 펼쳐졌다. 이번 산불로 국가유산 명승(유적과 더불어 주위 환경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는 곳)인 '안동 만휴정 원림'도 전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