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시장 규모 확대로 협력 기회 모색
이재용, 연달아 中 샤오미·BYD 찾아
LG, 현대차·기아 이어 혼다 만날 예정
국내 전자 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종연횡'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자동차 전동화 전환에 맞춰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총수는 물론 계열사 경영진까지 나서 자동차 기업들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등 국내 전자 기업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기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중국발전포럼(CDF)' 참석차 방문한 중국에서 연달아 전기차 업체를 찾았다. 지난 22일 베이징에 있는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쥔 회장과 만났고, 24일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본사에 방문해 왕촨푸 회장과 만났다.
이 회장이 연달아 중국 전기차 거물들과 회동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삼성의 전장 분야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이 회장이 직접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삼성은 전장·오디오를 비롯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한 상황이다. 2017년 미국의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가 차량용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고, 전기차 업체가 설계한 시스템온칩(SoC) 제조 물량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맡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의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고,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삼성전기는 주요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을 늘리고 있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운전석 및 조수석의 전방 영역)과 ADA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삼성전자는 BMW와 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도 협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5년부터 두 업체에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최근엔 현대차그룹과도 협력 관계를 강화하며 사물인터넷(IoT)과 AI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협업을 확장했다.
LG의 경우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완성차 회사를 연이어 찾아갈 예정이다. LG전자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LG디스플레이(차량용 패널), LG이노텍(전자부품) 등 주요 계열사는 오는 6월부터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테크데이를 진행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의 CEO는 오는 6월 현대자동차·기아를 시작으로 7월 일본 혼다 본사 방문이 예정돼 있다. 권봉석 LG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등이 주요 CEO가 대거 참여한다.
각 CEO는 전장 포트폴리오를 소개하며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팅에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메라·통신모듈, 디스플레이, 센서, 배터리 등 자동차 핵심 부품 등을 소개한다.
이와 같은 국내 주요 전자 기업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전장 산업의 잠재력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전환에 무게를 두면서 자동차 산업에서 전장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요 업체들과 협력 기회를 갖는 것이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만큼 전자 기업들의 시계가 빨리질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장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 달러(한화 약 552조4800억원)에서 2028년 7000억 달러(한화 약 966조84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점점 '도로 위의 전자제품'으로 변화하는 추세"라면서 "완성차 업체들에는 전자 업체와의 협업이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