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8일 국무회의서 대선일 공고 관측
이재명 물러나면 박찬대가 대선 이끌 듯
여유 있는 李, '최상목 탄핵'도 처리 안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르면 8일 당대표를 사퇴하고, 당내 경선 준비를 거쳐 본격 대권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함에 따라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빠르게 대선 체제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8일 국무회의에서 차기 대선 날짜를 공고한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사퇴 시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국회본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된 것은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나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헌정 파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가 국민과 국가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공개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갈등이 지금 최고조일텐데 국가적 분열이나 대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민주당도 나도 노력하도록 하겠다"며 "지금 제일 중요한 과제는 신속하게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들께서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경제나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사퇴 즉시 당 지도부를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가 물러나면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으로 대선 지도부를 구성하고 민주당 경선 관리 및 대선을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헌 개정·대선특별당규 제정과 예비후보 등록, 후보 간 경선룰 논의, 선거인단 모집 등을 오는 15일까지 모두 끝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헌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사퇴 시한을 '대통령 선거일 전 1년까지'로 규정하고 있으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 의결로 시한을 달리할 수 있게 했다. 조기대선이라는 특수 상황인만큼 '1년 전 사퇴' 규정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0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예비경선이 없을 경우 본경선은 16일부터 27일까지 12일간 전국 4개 권역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 경선처럼 호남·충청·영남·수도권·강원·제주로 나눠 권역별 경선을 실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19대 대선 당시에는 12일 만에 경선을 마쳤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늦게 국회에서 기자들과 재차 만난 자리에서 사퇴 계획과 관련해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다. 정리할 것도 많다"며 "아직은 특별히 정해진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 대표는 선거 캠프 인선 등 조기 대선을 위한 준비를 대략적으로 마친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 김우영 의원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대표에게 '인비친전'(비밀사항을 밀봉해 전달하는 형식)이라고 적힌 봉투를 전달하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의 대선 구상이 이미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가장 큰 과제가 '비호감' 이미지를 없애고 '중도층'을 사로잡아야 하는 만큼, 경선 캠프는 친명·비명 의원들이 고루 들어갈 전망이다. 계파색이 옅은 5선 중진 윤호중 의원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 파면으로 민주당에서는 여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 숨고르기에 나섰다. 일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 청문회 등을 거쳐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의 '한덕수·최상목 탄핵'의 가장 큰 목표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이었고, 마 후보자의 임명은 윤 대통령 파면과 연결되는 만큼, 사실상 민주당에서는 한덕수·최상목 탄핵 카드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언행 유의를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권 가도에 당 소속 의원의 설화(舌禍)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