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영화, 중국 시장서 5억 8500만 달러 수익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할리우드 영화 수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배터리 등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관세 폭탄 맞불과 함께 문화 시장을 겨냥한 셈이다.
ⓒAP/뉴시스
지난 10일 중국 국가영화국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관세를 남용하는 행위는 국내 관객의 미국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필연적으로 더욱 낮추게 될 것이다. 우리는 시장의 원칙을 따르고 관객의 선택을 존중해 미국 영화 수입 편수를 적절히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외국 영화의 수입과 상영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스크린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자국 영화 산업 보호와 콘텐츠 통제를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영화 시장을 갖고 있어, 할리우드의 접근이 제한될 경우 글로벌 제작사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미국 영화는 중국 시장에서 약 5억 8500만 달러(약 8500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최근 개봉한 워너브러더스의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1450만 달러(약 210억 원)를 벌어들이는 등 여전히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 93편의 외국 영화 중 33편이 미국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실제 제한 조치의 강도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정부가 할리우드 영화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월트디즈니, 파라마운트 글로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 미국 스튜디오들의 주가들이 장외시장에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수입 제한은 한국 영화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할리우드 콘텐츠의 공급이 줄어든다면, 중국 극장가나 플랫폼은 자국 영화 외 제3국 콘텐츠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 역시 이번 할리우드 수입 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중국은 항상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고수하고 있으며 더 많은 국가의 우수한 영화를 도입해 시장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영화가 대체재 중 하나로 고려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베이징영화제가 지난해 '파묘'에 이어 올해 '파과',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최신작들을 초청하면서 한한령의 공식 해제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문화 교류의 분위기가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는 흐름이 감지됐다.
다만 이번 조치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정치적·이념적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은 그 동안 콘텐츠에 대해 엄격한 검열과 제한을 유지해왔다. 외국 콘텐츠에 대한 비공식적 쿼터나 심의 강화는 지속될 가능성 높다. 한국 영화 역시 다시 진입한다고 해도 소재나 표현의 제약을 받게 될 수 있다.
중국은 변동성이 큰 시장으로, 기회가 될 수 있는 틈이 열렸다고 해도 이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려면 신중한 접근이 항상 요구되는 시장이다. 이번 조치가 한국 영화계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하며, 중국의 수입 제한 강도나 문화 교류 기조가 향후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