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하반기 KBS2에서 방영 예정
2026년 하반기, KBS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하드라마 '문무'(文武)가 시청자와 만난다.
ⓒKBS
'문무'는 삼국 통일의 중심에 있던 문무왕 김법민과 연개소문, 김춘추, 고건무 등 실존 인물들의 뜨거운 전쟁과 전략, 그리고 리더십을 그린다.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김영조 감독, 배우 이현욱, 장혁, 김강우, 정웅인, 조성하, 그리고 박장범 KBS 사장이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서 박 사장은 "대하사극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라며 "수신료 통합징수법이 통과되고 실질적으로 시행이 될 2026년, 대하사극 '문무'를 시청자께 선보이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징수로 확보한 재정을 고품격 다큐멘터리, 신기술 기반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돌려드릴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사례가 바로 '문무'"라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전투 장면과 실사 기반 CG 등에서 차별화된 연출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막중한 책임감에 잠을 못 자고 있다며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문무'는 고구려·백제·신라뿐 아니라 당나라와 일본까지, 다섯 나라가 생존을 걸고 벌이는 대전쟁의 시대를 그린다"며 "단지 전투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지도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역사를 배울 때 '신라가 고구려 땅을 빼앗았다'는 이미지가 있어 드라마 제작을 크게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대본을 집필한 김리헌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신라 통일이 얼마나 우연과 전략의 결과였는지를 알게 됐고, 큰 흥미를 느꼈다”며 특히 문무왕의 지략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문무왕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던 것 같다. 또한 내가 편견을 가졌던 것처럼 신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된 부분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 내용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게 대하드라마를 만든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하드라마 특성상 피할 수 없는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몰라서 왜곡된 부분이 없도록 국회도서관을 직접 다니며 계속 공부하고 있다"며 "우리 승리의 기쁨을 극대화하려고 중국을 나쁘게 그리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극적인 장면은 연출하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표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깃발 등 디테일한 소품 역시 모두 고증에 기반한다. 실사 기반 연출을 우선적으로 두고 그 다음에 AI 기술을 결합해 역사성과 시청 재미를 모두 잡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의 전략은 사실 AI가 아니라 배우”라며 “최고의 배우들이 생생한 연기로 역사의 숨결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인공 문무왕 김법민 역을 맡은 이현욱은 "김법민은 자존심도 있고 배짱도 있지만 나라를 위해 치욕을 견디는 인물"이라며 "무에서 유를 만든 지도자의 탄생 과정을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대하사극 참여라 책임감이 크다"며 "온고지신(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안다는 사자성어)이라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기존 KBS 대하드라마의 장점과 시대가 변하면서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을 같이 녹여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고구려의 군사 영웅 연개소문 역을 맡은 장혁은 "연개소문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인물"이라며 "강인하고 목표지향적이지만 그 안에 인간적인 연민과 고뇌도 있는 인물로 그리고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역사서를 많이 읽으며 입체적인 연개소문을 연구했다"며 "감독님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연개소문을 다르게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역사 고증에도 연개소문이 상당한 미남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기사에 꼭 써달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신라 최초의 진골 왕 김춘추 역을 맡은 김강우는 "'문무'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무협지 같았다. 생동감 있고 몰입감이 컸다"며 "김춘추는 냉철한 외교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엔 엄청난 개인적 아픔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춘추는 딸과 사위를 백제에게 잃고도 통일을 위해 움직인 인물"이라며 "이 시대에도 필요한 리더의 모습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아들이 둘 있는데 이 작품을 보며 역사 공부를 같이 할 수 있길 바란다.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신라 조정의 숨겨진 실력자 김진주 역을 맡은 정웅인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라며 "처세와 생존으로 이 드라마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현실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의 정적이자 삼촌과 조카 관계인 문무왕과 대치하는데 대본 리딩 당시 '착하게 읽어달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가장 어려웠다"며 웃었다. 이어 "배우들과 유쾌하게 호흡하고 1년 간 사고 없이 마치겠다"고 전했다.
고구려 제27대 국왕인 영류왕 고건무 역을 맡은 조성하는 "고건무는 당나라와 신라 사이에서 풍전등화의 외교 전선에 서 있던 군주"라며 "어떤 왕보다도 깊은 고뇌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내부에도 연개소문이라는 큰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힘든 입장이었을 것이고 그 지점을 잘 표현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개소문 역을 맡은 장혁과 대립하는 장면에 대해선 "에너지가 폭발적인 장혁과 붙을 때마다 어떻게 살아남을까 고민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은 “매소성 전투·기벌포 전투 등 삼국통일의 주요 전투를 실감나게 구현해야 했다. 한국에는 그 스케일에 맞는 들판이 없어 몽골에서 촬영 중”이라며 “말 300마리를 확보했으며 몽골 문화부 장관이 직접 와서 협조를 약속하기도 했다”고 기대감을 높혔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역사 시험을 봐도 다 맞을 수 있을 만큼 고증을 철저하게 했다. 어려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국민들이 어떻게 민족이라는 개념이 생겼는지에 집중해서 본다면 정말 보람찰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하드라마 ‘문무’는 총 28부작으로 KBS2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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