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연 "이재명 '중도보수' 선언…진보당 '진보 정체성' 선명하게"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4.21 04:15  수정 2025.04.21 08:53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 데일리안 인터뷰

"진보적인 정체성과 정책은 누가 담보하나"

"불평등과 차별 요소 넘어서기 위한 노력…

이제 페미니스트 대통령 분명하게 역할해야"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1대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김재연 상임대표가 승리했다. 두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김재연 후보는 대통령 파면 후 치러지는 엄중한 대선 정국을 맞아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했다.


지난 18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를 만났다.


김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빛의 연대'의 힘을 키워내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장에서 모였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광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대선 공간에서 계속 울려퍼질 수 있게 추동(推動)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한 명만 바뀌는 것을 넘어선 '진짜 진보정치의 현실화'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유력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중도보수'를 지향한 점을 재차 꼬집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 전 대표는 '중도보수의 색깔을 분명히 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며 "민주당이 중도보수를 차지한다면 진보당은 진보의 영역을 차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밤 진행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이 전 대표는 "지금 보수 진영이 보수의 역할을 팽개쳐서 민주당이 보수 역할도 짊어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민주당은 진보일 수도 있고 보수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중도개혁은 몰라도 진보라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는 입장도 밝혔다.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평등공화국'이란 방향성 역시 강조했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선출 직후 첫 행보로 서울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 촉구 고공농성장'과 서울 장교동에 있는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주말 동안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대회에도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김 후보는 차별금지법으로 일상을 지키고, 소득·젠더·지역·주권 등 모든 영역의 불평등 구조를 깨뜨려 나가는 대통령을 지향하기도 했다. 나아가 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도 재차 다짐했다. 이 과정에서 광장을 지켰던 여성, 특히 '청년 여성'들에 대한 큰 관심도 피력했다.


앞서 지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는 '키세스(초콜릿) 군단'이라는 새 이름이 부상한 바 있다. 올해초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폭설 속에도 은박 담요를 덮고 밤을 견디는 모습에서 나온 단어다. 키세스 군단의 부상과 함께 구 야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은 집회 현장에 있던 진보당의 정혜경 의원과 보좌진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 후보는 "지금 같은 완전히 둘로 쪼개져 있는 양당 구도가 극복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 20대 대선에 이은 두번째 대선 도전이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나.


"국민이 광장에 나오고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면서 만들어진 대선이라 새로운 정권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굉장히 뜨겁다고 생각한다.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정국이 여전히 혼란스럽다. 3년 전 나의 타이틀은 최연소 후보이기도 했고 5년에 한번 있는 대선이었다면, 지금은 여러모로 어깨가 무겁다. 진보당이 원내정당이기도 하니 국민이 요구하시는 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 앞서 경선 때 내걸었던 기치 중 하나는 '진보 정치의 새로운 전성기'인데.


"국민의힘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전 대표 본인 스스로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라 중도 보수'라고 말했다. 국민적 심판을 받고 내란 사태의 주역인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이 없는 정치 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중도보수의 성향을 더 잘 정비해 갖추겠다고 이미 선포를 한 것이라, 이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진보적 정체성, 진보적인 정책들은 누가 담보할 것인가'는 오롯이 진보 정당의, 진보정치의 몫으로 남았다. 거기에서 민주당이 중도보수를 차지한다면 진보당은 진보의 영역을 차지하겠다.


과거에는 대표적 정책들이 무상의료·무상교육 이런 타이틀로 국민들에게 다가갔다. 이제는 보편 복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굉장히 높아졌다. 우리 국민들께서 그냥 희망 사항으로만 생각하던 '좋긴 한데,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 '우리도 유럽처럼 그렇게 복지 정책을 강화할 수 있겠나. 너무 꿈 같은 일 아니냐'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크게 열리고 있다. 그런 기회를 확 열어내는 역할을 진보당이 해야 한다."


- 대선 본선에선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와 경쟁도 불가피하다. 이재명 전 대표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 포인트나 강점은.


"앞서도 말했다시피 이재명 전 대표는 중도보수의 색깔을 분명히 하겠다고 이미 선언을 했다. 당연히도 진보당은 진보적 정체성을 더 선명하게 가져가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국민에게 그렇게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단 정책적인 선명한 차이가 있다. 최근에 민주당 싱크탱크 구성이 언론에 나온 걸 봤는데 여성이 거의 없더라. 오히려 문재인 정부, 그 전의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퇴보한 상황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의 성평등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지점이다. 또 민주주의의 광장을 지켜주셨던 많은 시민들 중에 여성 ,특히 청년 여성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회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지워졌던 여성의 목소리 또는 소수자의 목소리들을 살려내고 우리 사회의 변화의 주역으로 만들어내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 이제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당의 주요 정책은.


"3년 전에도 주4일제라든지 노동과 관련한 정책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노동과 관련한 정책을 강조하면서, 거기에 더해 광장에서 들끓었던 시민들의 요구가 더 큰 목소리로 대변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광장에서 젊은 시민과 청년들, 특히 여성 청년들의 참여가 대단히 뜨거웠지 않나. 광장에 나와 목소리를 냈던 여성 청년들이 단지 윤석열이라고 하는 대통령 한 사람을 끌어내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느껴왔었던 소외와 차별의 문제들, 그동안의 고민들을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상당히 높게 외쳤다. 이번 대선 공간에서 진보당이 그것을 충분히 강조해야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제 한국사회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분명하게 역할을 할 때가 됐다.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과 차별의 요소들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으로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위한 국민적 목소리를 모을 때가 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정치 변화와 사회적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모색하고 있나.


"국민들이 본인의 이해관계, 나의 계급적 처지라든지 나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라든지 이런 것을 기준으로 투표할 수 없었다. 그동안 지지해 왔었던 정당이 이 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면 그게 내 이해관계와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그냥 따라가는 경향성이 있다. 이제는 국민들께서 본인이 원하는 본인의 이해관계와 맞닿는 정책이 무엇인지 판단하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같은 완전히 둘로 쪼개져 있는 양당 구도가 극복돼야 한다.


(야5당) 원탁회의에서 2차 선언문을 내면서 몇 가지 합의 사항들을 적었고, 그중 교섭단체 요건의 완화와 결선투표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 국회 안에 2개의 교섭단체가 있는 것이 거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데 교섭단체가 3개 또는 4개로 늘어난다면, 그리고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해서 '내가 저 사람이 너무 싫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이 사람을 찍어야지'가 아닌, 나의 이해관계를 조금 더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먼저 뽑을 수 있다. 진보당이 그렇게 다당제 정치 개혁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지금 시점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해결해야 가장 큰 과제는.


"진보적인 대중들에게 더 진보당이 더 많이 각인되고 그래서 우리 사회 진보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당의 중요한 과제다. 여기에 더해 이번 대선만큼은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내란 사태 같은 것들이 일어나지 않게끔 헌정질서를 잘 수호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가 강화돼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지난 넉 달 동안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싸웠던 시민들께서, 정말 엄동설한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건강을 바쳐가면서 열심히 민주주의를 외쳐오셨다. 그 목소리가 윤석열의 파면으로 그냥 사그라들면 안 된다. 그 목소리가 이번 대선을 경유하면서 더 단단한 민주주의와 더 진취적인 사회 대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정권을 만드는 데 또 다른 동력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진보당은 국회 안과 광장에서 안팎을 넘나들면서 그런 목소리를 키워오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부단히 노력을 했다. 이번 대선 공간에서도 광장에서 모였던 그 민주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닌, 대선 공간에서 계속 울려 퍼질 수 있게 추동해 내는 역할을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대선에서 슬로건은 '내란 청산 빛의 연대로 새로운 평등공화국'이다. 집회를 2시간 또는 5~6시간 한다고 하면 그중에 사전 기획된 발언은 한두 꼭지 밖에 없고 나머지는 전부다 시민 자유발언이다. 시민 발언의 내용은 '민주주의를 지키자. 윤석열을 탄핵시켜야 한다' 이런 얘기도 있었지만, 왜 윤석열이 탄핵이 돼야 하는지를 말씀하시며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고 극복하고 싶어 정치가 바뀌고 우리나라가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더 좋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시민들께서 하시는 말씀 안에 오롯이 담겨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였다.


거기에 대한 답을 줘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특히 진보 정치는 이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소득의 불평등, 지역과 중앙의 불평등, 젠더의 불평등 나아가서 우리 사회가 늘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국제관계에서의 주권의 불평등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다각도로 해법을 제시하고 새로운 국가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대선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토론돼야 할 지점이다. 진보당은 그런 의미에서 평등공화국을 국민들께 제시하고 이를 통해서 많은 지지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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