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부족하고 천박한 인신공격, 판결도 품격도 잃었다
김장하 선생 가르침 따른 것 보면 오히려 재판관 자격 200%
우리법, SNS 활동 뒤져 망신 주기 혈안...좌파와 뭐가 다르나?
헌재, 진보 성향 재판관들 이력-재산-도덕성 “더 낫다”
지난 18일 퇴임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문형배는 과연 양반의 고장 진주 출신다운 점잖음을 끝까지 유지하며 임기를 마쳤다.
그는 윤석열 탄핵을 무사히 종결짓고 헌법재판소를 걸어 나가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퇴임의 변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퇴임일까지 품위를 잃지 않은 절제와 인품에 더 큰 점수를 받아야 마땅한 인물이다. 보수는 그에게 큰 빚을 졌다.
문형배는 소장 권한대행이라는 죄로 탄핵 심판 전에 보수우파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았다. 대부분 근거가 부족한 인신공격이었다. 그의 과거 판결이 지나치게 정파성을 띠었다거나 법리보다 이념, 개인의 편견에 따른 것이었다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비판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수가 어느 사이 이렇게 타락해 버렸다. 이제 좌파들에게 뭐라 나무랄 자격도 없게 됐다.
문형배는 보수우파의 인신공격으로 이재명의 절친이고, 동창의 ‘행번방’에나 드나드는 음란물 심취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그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단한 인내심이다.
먼저 이재명의 친구라는 주장부터 따져 보자. 보수 쪽에서 4대 4니, 5대 3이니 하며 윤석열 복귀 꿈을 키우고 있을 때, 국힘 원내대표 권성동이 회심의 한 방을 날린다고 한 게 이 똥볼이다.
아니, 똥볼이라 함은 선의의 실수이니 잘못된 용어다. 여당 원내대표에게 헌재 소장쯤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던 게 틀림없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 도저히 반박 못할 폭로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헌재는 요구대로 즉각 답변했다.
그러자 권성동은 “내가 좀 잘못 들은 것 같다”라고 꼬리를 내렸다. 집권당 의원들 대표라는 사람이 이래도 되나?
보수 언론들은 ‘문형배는 이재명 절친’이란 말만 큰 제목으로 뽑았지, 권성동이 거짓말했다는 사실은 싣는 둥 마는 둥 했다. 이게 한국 언론의 문제이고, 보수나 진보나 매체들이 다 무책임하고 편향적이다.
문형배는 진주 대아고 동문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회원이란 이유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 카페의 유머방에 음란물이 게재됐다고 해서다. 좌파건 우파건 이런 사이트에 유명 공직자가 회원이기만 하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 음란물을 올리고 즐긴 이로 둔갑시켜 버린다.
그의 6.25 관련 SNS 댓글도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 의원 박수영이 원문을 북침 주장과 맥락이 같다고 왜곡, 문형배는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친북론자가 되어 버렸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그는 블로그에 독후감을 즐겨 써 왔다. 업무 시간에 쓴다는 게 또 흠집 내기 사유로 작용했다. 그는 “헌법 재판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읽고 10분 정도 시간을 내 업무 중 독후감을 올리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일리가 있는 항변이다. 한국의 공직자 중 업무 시간에 SNS 한 가지 안 하고 사적인 전화 안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봐야 할 것이다. 좌파만 위선 떠는 데 선수인 줄 알았더니 보수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 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문형배 인신공격에서 확인됐다.
문형배는 6년 전 헌재 재판관 인사청문회 때 27년 법관 생활로 모은 재산이 6억원에 불과, 화제가 됐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느냐는 민주당 의원 백혜련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문형배 외 다른 진보좌파 성향 재판관들도 이력이나 재산, 도덕성 면에서 보수우파 성향 재판관들보다 오히려 더 낫다. 충주의 가난한 집 장녀인 정계선은 가정교사 생활을 하며 서울 의대 다니다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재수해서 서울대 법대로 가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이미선은 또 강원도 화천의 이발사 집안 딸로서 헌재 재판관 중 유일한 지방대(부산대) 출신이다. 보수는 이들의 우리법연구회 활동만 죄악시해 판사 자격 없는 사람들로 매도한다. 이런 추태는 이제 멈춰야 한다.
하동 빈농 집안의 아들 문형배는 “진주의 어른,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해서 번 돈으로 세운 100억원대 학교를 국가에 기증한 김장하 선생이 없었다면 판사가 되지 못했다”라고 김 선생을 기렸다. 그 어른이 그의 고교-대학 학비를 대줬다.
“빚을 갚으려거든 나 말고 사회에 갚으라”며 공무원이 사는 밥은 절대 안 먹으려고 하는 김장하 선생에게 문형배가 기어코 사 드린 음식이 7000원짜리 해물탕이다. 그 선비에 그 판사다. 문형배는 헌재 재판관 자격이 200%는 된다.
그 판사, 그 재판관이 온갖 수모를 당하며 윤석열 탄핵을 끝내고 물러나면서 보수에 큰 뺨 두 대를 때렸다. 보수는 탄핵 심판과 품격을 잃었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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