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장 정청래 “대법원장이 뭐라고”
언어폭력에 이골이 난 민주당 사람들
“온후한 지도자에게 동조한 군중 없다”
“어떤 법은 자제해서 사용하도록, 혹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적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이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박세연 역)에서 하는 말이다. 이 책은 그 예로써 대통령의 사면권, 입법부의 대통령 탄핵권,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권 등을 들고 있다. 이 중 탄핵에 관해 기술한 부분을 (좀 길기는 하지만)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기고만장 정청래 “대법원장이 뭐라고”
미국의 경우 제17대 앤드루 존슨(1868), 제37대 리처드 닉슨(1974), 제42대 빌 클린턴(1998), 제45대 도널드 트럼프(2019) 등 네 명의 대통령에 대해 탄핵 절차가 진행됐었다. 존슨과 클린턴은 하원에서 탄핵당했으나 상원에서 기각돼 임기를 채웠다. 닉슨은 하원이 탄핵 절차에 들어가자 사임했다. 트럼프는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 2021년의 의회 난입사태 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두 차례나 탄핵소추가 이뤄졌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NAVER 지식백과).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3차례 있었다. 제16대 노무현, 제18대 박근혜,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는 기각됐으나 박·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으로 파면 당했다(국민의 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헌재가 ‘파면’시킨 것이다).
탄핵과 관련,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과 방송인 김어준 씨가 김 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주고받았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주체는 ‘우리 국민’이 아니라 민주당 주도의 국회 탄핵소추 찬성 의원들과 헌법재판소다. 헌재는 재임 중의 두 대통령을 8대0, 전원일치 찬성으로 탄핵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2일 경남 진주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평의가 오래 걸린 건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좀 만들어보려고…”라는 말도 자랑이나 하듯(느껴지기로) 했다. 그래서 시간을 끌면서까지 반대의견을 가진 재판관들을 찬성 쪽으로 이끌었다는 뜻이겠는데 헌재의 판결 기준은 ‘헌법’이 아니라 ‘국민 설득력’이라는 건가?
언어폭력에 이골이 난 민주당 사람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 초대 행정부가 수립된 1789년 4월 30일 이래 지금까지 236년여의 헌정사에서 탄핵 재판장(연방대법원장) 어느 누구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경험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헌재는 7년 25일 만에 두 사람의 대통령을 파면시킴으로써 존재를 과시했다. 두 번 다 결정문을 낭독한 사람은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었다. 어쨌든 대통령을 아주 쉽게 탄핵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정 법사위원장이, 유튜버 김 씨와 함께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정 위원장이 이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는 배경은 아마 무리 속에 있기 때문일 터이다.
“독립된 개인에게는 없고 군중에게만 존재하는 고유한 특성은 여러 원인에 따라 결정된다. 첫째는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이 단지 함께하는 인원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무적이라도 된 양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들떠서, 혼자였다면 억눌렸을 본능을 따른다”(귀스타브 르 봉, 군중심리).
이재명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은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선고한 대법원에 대해 거의 발작이라고 할 정도의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명명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이라는 갑옷은 이들의 집단적 언어폭력과 헌법기관 모독 행위를 넉넉히 감싸준다. 이들에겐 3권분립의 헌정 체제도, 사법권의 독립도 안중에 없다. 협박·공갈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고 있다.
불응하면 조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파기환송심을 담당할 서울고법 재판부까지도 국민을 대신해 응징하겠다고 한다(윤호중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 “사법부의 법봉보다 국민이 위임한 입법부의 의사봉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헌법(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위임도 없이 재판을 해왔다는 뜻인가?
“윤석열의 1차 내란, 한덕수·최상목의 2차 내란에 이은 조희대의 3차 내란” 운운한 사람은 천준호 전략본부장이다. 국회 밖에서 한 말인데, 이런 황당한 발언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사안이 아닌지 모르겠다.
“온후한 지도자에게 동조한 군중 없다”
이런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14일 열기로 했다.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 바로 전날이다. 명칭은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사법 쿠데타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다.
상식적으로 판단하자면 대법원의 판결을 비난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탄핵하겠다고 을러대기보다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법정에 서고 있는 민주당 이 후보가 사퇴하는 게 순리일 것 같은데 민주당 사람들은 막무가내다. ‘아버지 이재명’을 향한 충성심이 한량없어서일까?
르 봉의 군중론 가운데 또 한 부분을 참고삼아 옮긴다(어디까지나 ‘참고삼아)’.
무리에 속해 있으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용기가 용솟음친다. 그냥 소리 지르고 남을 위협하며 종주먹을 들이댄다. 과격한 리더들에 이끌리는 집단일수록 결속력이 강하고, 그에 소속된 개인의 집단에 대한 의존성은 커진다. 무리에서 벗어나거나 배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 후보가 역대 어떤 야당 지도자보다 더 강력한 장악력·지배력을 자랑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측면도 있지 않을까?
민주당은 너무 나가지 않는 게 좋다. 무한 질주가 언제까지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제동을 걸지 못하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죄지은 사람을 벌준다고 사법부를 해체해버릴 듯이 을러대는 게 민주정당의 행태일 수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이건 다른 얘기인데, 국민의힘과 자유 우파 정치세력,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대법원의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으로 긴장이 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전분열도 정도껏 해야지, 이게 도대체 무슨 난장판인가. 정권을 뺏기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집안싸움이나 벌이다니! 대선 승리를 ‘이재명과 그의 민주당’에 헌납할 생각이 아니라면 멸사봉공(滅私奉公)을 실천해 보이라. 훗날 자유 우파의 공적(公敵)이 되지 않으려면!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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