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지는 김문수…'당 지도부와 설전' 이어 '법적 조치'까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5.09 00:05  수정 2025.05.09 00:05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에 金 "대국민 사기"

한덕수 향해 "유령과 단일화가 민주주의냐"

"대선 후보 지위 확인해달라" 가처분 신청도

당내 "심정 이해돼" vs "자제해야" 맞서기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놓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과 행동이 더 거칠어지고 있다. 강제 단일화를 추진하는 지도부를 향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날선 발언을 꺼내드는가 하면, 대선 후보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법적 조치 카드까지 꺼내들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후보 등록일인 11일까지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종용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미리 짜인 본인들의 각본에 의한 한 후보 추대론에 지나지 않고 이건 단일화도 아니다"라며 "우리 경선은 뭐고 당원·국민과 후보들은 뭐냐. 이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6시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1대1 토론을 실시하고, 이후 당원투표 50%·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룰을 적용해 9일 오후 4시까지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오는 11일 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김 후보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김 후보는 이날 오전부터 당 지도부를 향해 날선 태도로 일과를 시작했다. 오전 8시 30분 긴급 기자회견을 잡은 김 후보는 "당 지도부에 요구한다. 이 시간 이후 강제 후보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후보인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시점을 12일 이후로 미루는 대신 각 후보가 일주일간 선거 운동을 한 뒤, 다음 주 수요일(14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15~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 후보의 당 지도부 공격은 계속됐다. 김 후보는 관훈 토론에서 "당 지도부는 단일화가 되기 전까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완전한 해당(害黨)행위"라거나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몇몇 사람들이 작당해 대통령 후보까지 끌어내린다면 당원 동지들과 국민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며 지도부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뿐만 아니라 김 후보는 단일화 대상인 한 후보의 적격성에 대해서도 공세를 개시했다. 김 후보는 "꽃가마를 안 태워주면 등록을 안 하겠다는 일이 전 세계 정당 역사상 있은 적 있느냐"라며 "무소속으로 등록도 안 하고 입당도 안 하겠다는 유령과 단일화하라는 게 올바른 정당민주주의냐"라고 한 후보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그분(한 후보)이 동네 구의원 선거라도 한번 해봤느냐"라며 한 후보의 선거 경쟁력을 문제 삼은 김 후보는 "이 판(정치권)은 난장판이다. 이 판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분이 이 판에 와서 아주 무도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이길 보장이 있다면 제가 업고라도 모셔오겠다"고 한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를 꺼내들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 지도부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 후보를 불러낸 게 바로 김 후보인데, 지금 와서 '유령 허깨비 후보와의 단일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는 건 여태까지 봐온 김문수 선배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며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가 대선에서 패배하면, 김 후보뿐만 아니라 우리 당 모두가 역사와 국민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마련된 한 후보와의 2차 단일화 담판 자리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진 못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난 한 후보를 향해 "어디서 오셔가지고 나더러 빨리 단일화하자고 하는데, 왜 뒤늦게 나타나 국민의힘 경선을 다 거치고, 돈을 내고, 모든 절차를 다 한 사람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냐'고 청구서를 내미는 것이냐"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양쪽 모두 물러설 기미가 없는데다, 김 후보가 법적 조치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향후 관계가 더 경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김 후보 측은 이날 대선 후보 지위를 확인하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김 후보 측인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인 장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문에서 "대선 후보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당인을 찍어주거나 공천권을 주지 않으면 선거가 불가능하다"며 "이 가처분 결정으로 당인을 대신하기 위해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장 변호사 등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당협위원장 7명은 전날에도 국민의힘의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김 후보의 행실에 대해 엇갈리는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단일화는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지만 경선을 다 거치고 올라온 김 후보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아무리 감정이 상해도 당의 갈등을 키우거나 표를 떨어뜨릴 수 있는 행동이나 언행은 삼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는 배수진일지 몰라도, 당의 정치적 미래와 당원들 당비를 걸고 모험은 곤란하다. 정당 활동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김 후보가 밝힌 법적 조치는 자제돼야 맞다. 당무우선권도 당원의 뜻을 넘어설 수 없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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