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무총리직 사퇴·2일 대선 출마 선언
10일 입당…'韓으로 교체' 전당원투표 부결
11일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
김문수의 선대위원장 제안에는 즉답 피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선 레이스가 9일 만에 막을 내렸다.
한덕수 전 총리는 지난 1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직에서 사퇴한 후 2일 △개헌 △국민 통합 △통상 문제 해결 등을 핵심 키워드로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전 총리가 야심차게 내세운 '개헌 빅텐트'가 보수·진보 진영 정치권 인사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불발과 후보 교체안이 전당원투표에서 부결되면서, 결국 한 전 총리는 11일 대선 레이스 하차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대선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 결정 전후 보내주신 응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하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지지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겠다.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기를 충심으로 소망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김 후보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만났다.
한 전 총리는 김 후보에게 "축하드린다"며 "국가의 위기를 구하고, 우리 후보의 훌륭한 리더십 아래에서 모두가 똘똘 뭉쳐서 국가의 기본적 체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분들에 맞서 반드시 승리해 한강의 기적을 이어가는 노력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한 전 총리는 "사부님으로 모시겠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김 후보의 제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지만, 실무적으로 어떤 게 적절한지 논의하는 게 좋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전 총리가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을 내세운 김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낙점되자, 정치권에선 한 전 총리로 단일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위기 속 한 전 총리가 갖춘 경제와 통상 분야 전문성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많았고,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선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이 보수진영 대권주자들 중 가장 높다는 결과가 속속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단일화에 미온적인 태도로 돌변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전 총리와 김 후보는 지난 7일과 8일 '단일화 담판 회동'에 나섰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한 전 총리 측과 김 후보 측이 9일과 10일이 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나섰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 전 총리는 중앙선관위의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후보에 등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적합도 조사를 토대로 10일 새벽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선출을 전격 취소했고, 한 전 총리는 이날 새벽 입당 후 새롭게 당 대선 후보로 단독 등록했다.
국민의힘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김 후보에서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데 대한 찬반 의견을 묻기 위해 전 당원을 대상으로 ARS 투표를 실시했지만, 교체 반대가 근소하게 많다는 결과에 따라 교체안은 부결됐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했고, 한 전 총리의 대권 도전은 멈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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