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개선했지만 방송·광고 매출 부진은 여전
LG헬로 '렌탈', SKB 'AI DC', 스카이라이프는 '스포츠 중계'로 승부
유료방송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케이블TV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이 생존 전략으로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송·광고 매출 감소와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LG헬로비전은 렌탈·교육,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스카이라이프는 AI 스포츠 중계 등으로 수익성을 꾀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SKT) 해킹 사태로 LG헬로비전과 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MVNO) 사업에도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19일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LG헬로비전·KT스카이라이프의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와 견줘 모두 개선됐다.
SK브로드밴드는 매출 1조920억원, 영업이익 960억원으로 각각 2%, 23% 증가했다. LG헬로비전의 매출은 3135억원, 영업이익 71억원으로 17.3%, 73.1% 늘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매출 2428억원, 영업이익 51억원으로 매출은 4.5%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78% 개선됐다.
이들은 대부분 본업인 케이블방송·광고 보다 인공지능(AI), 렌털 등 신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국내 1위 MSO인 LG헬로비전의 방송 매출은 올해 1분기 1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1281억원과 견줘 4.1% 감소했다. LG헬로비전은 전국 단위로 ‘헬로TV’ 브랜드의 케이블TV(유료방송) 서비스를 운영하며, 매출에는 방송 프로그램 송출, 지역채널 운영, 방송광고 수익 등이 포함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CATV 사업은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기 둔화에 따른 방송사 광고 매출 부진과 소비자들의 쇼핑 구매 패턴 변화로 인한 홈쇼핑 업황 부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매출이 감소한 대신, 렌탈과 스마트 단말기 판매 등 신사업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렌탈 사업 매출은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0% 늘었고 기타사업으로 분류된 스마트단말 등 상품판매 수익은 445억원을 기록, 9663.4% 급증했다. 기저효과 영향이 있지만, 상품 판매 부문이 실적 기여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렌탈과 단말기 판매를 합한 매출은 전체 매출(3135억원)의 24.4%를 차지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회사측은 "교육청 단말기 보급사업과 헬로렌탈 성장이 주효했다"며 "렌탈 부문에서는 트렌디 가전 수요와 직영몰의 성장으로 매출이 늘었고, 교육사업은 지난해 서울교육청 단말기 보급사업 수주가 1분기에 반영되면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위 SK브로드밴드의 1분기 유료방송 매출은 4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등을 포함한 유선통신 매출이 4.9% 증가했고, 데이터센터·기업회선 등 B2B 사업 매출이 1.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SK브로드밴드 사업은 크게 IPTV(인터넷TV)와 CATV(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사업 부문과 초고속인터넷,전화, 전용회선, 데이터센터(DC)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유선통신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인터넷TV와 케이블TV 사업을 묶어 실적을 공개하고 있어 세부 수치는 확인이 어렵지만, 1분기보고서에 기재된 가입자 추이를 통해 케이블 사업 부진을 유추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CATV 매출이 가입자 수 소폭 감소로 전년 대비 3.6% 감소한 369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시 가입자는 1241만2495명이며 올해 1분기도 동일한 수치를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케이블TV 매출은 정체 국면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료방송이 상대적으로 정체한 것과 달리 AI 관련 매출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분기 B2B 매출은 3460억원으로 이중에서도 AI DC(데이터센터) 사업은 전년 동기 11.1% 성장한 10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I DC가 분기당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성장 사업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AI DC 사업을 ▲구독형 AI 클라우드 GPUaaS 서비스 ▲소규모 모듈러(Modular) AI DC ▲단일 고객 전용(Dedicated) AI DC ▲하이퍼스케일급 AI DC 등 총 4대 사업 모델로 세분화해 추진·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1년 KT스카이라이프에 인수된 KT HCN의 1분기 매출은 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567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KT HCN은 케이블TV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작년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순위는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딜라이브, CMB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스카이라이프 주력 사업인 위성방송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기간 위성방송 매출은 1696억원으로 전년 동기 1779억원 대비 4.7% 줄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방송 가입자 감소 및 저수익 사업 종료"로 위성과 케이블TV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HCN을 제외한 스카이라이프 방송 가입자는 GTS(하이브리드 방송 상품)를 합쳐 332만명으로, 전년 동기 347만명 보다 4.5% 감소했다. HCN 방송 가입자도 0.9% 줄어든 125만명에 그쳤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득세로 전반적인 유료방송 플랫폼 경쟁력 약화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방송 가입자 정체 국면과 컨텐츠 투자비 부담 속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확보하며 성장할 것인지가 새로운 숙제"라고 말했다.
본업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스카이라이프는 AI 기반 콘텐츠 사업을 확장 중이다. 작년 7월 AI 중계 솔루션 전문기업 '호각'에 약 68억원을 투자하며 본격적으로 ‘AI 스포츠 중계’ 사업에 진출했다.
이 서비스는 경기장에 설치된 무인 중계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 송출까지 AI 기술로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호각'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경기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2분기 중 관련 인터넷 결합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유료방송 시장 둔화로 MSO 사업자들이 AI, 렌탈 등 신사업을 출구 전략으로 삼는 가운데,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LG헬로비전과 스카이라이프의 MVNO(알뜰폰) 사업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안 연구원은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MVNO 가입자가 증가할 수 있어 2분기 이후 관련 매출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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