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이어 지분 유지한 채 유동성 보강 전략
기본보다 낮은 이자율 확정…투자자 수요 뒷받침
악화된 현금흐름 상황에 개선 의지 강조
LG화학이 또다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섰다. 2023년에 이어 지분을 유지한 채 외화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외화 자금을 확보했다. 지분 매각 없이 유동성을 보강하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EB 발행은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기존보다 낮은 이자율로 발행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유동성 전략의 일관성과 대외 자금 조달 능력을 동시에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LG화학은 16일 정정 공시를 통해 이번 EB의 최종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총 10억 달러(약 1조3945억원) 규모로 만기는 3년이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연 1.75%로 낮아졌다. 당초 제시한 2.0%보다 낮은 수준으로 투자자 수요가 견조했음을 시사한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교환가액은 상장기준 종가의 110% 수준인 주당 33만7700원이다.
교환 대상은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412만9404주이며,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1.76%에 해당한다. 발행 대상은 유럽 및 아시아 지역 기관투자자이며, 사모 방식으로 모집 후 비엔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다.
이번 EB는 LG화학이 2023년 7월 발행했던 동일 규모의 교환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차환 목적이다. 당시 발행한 EB는 총 20억 달러 규모로, 이번에 만기를 앞둔 5년물 10억 달러에 대해 오는 7월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가능 구간에 진입한다. 해당 EB의 교환가액은 68만7500원이다.
LG화학은 지분을 직접 매각하지 않고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EB 구조를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시장 불확실성과 주가 부담으로 실행하지 않았다.
이번 EB는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외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지배력 희석 우려를 최소화한 유동화 전략이다. LG화학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LG화학의 현금흐름 상황도 EB 발행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기준 LG화학은 약 1조8000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했지만, 설비투자 등으로 4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출됐다. 재무활동으로 일시적 유입이 있었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2000억원 이상 감소한 6949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현금흐름이 너무 중요하다"며 설비투자 축소 방침을 밝힌바 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에 대해서는 "필요 시 활용 가능한 자산"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EB 발행은 이러한 유동성 중심의 재무 전략 기조에 따른 실행 조치로 해석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EB 발행은 2023년 발행한 기존 교환사채의 차환 목적"이라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