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글로벌 빅테크 다 모여든 AI 허브로
엔비디아-대만 제조기업 결속 관계 눈길
심상치 않은 분위기, 韓 기업도 속속 집결
20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가 글로벌 빅테크 및 제조 기업들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코로나 종식 후 지난 3년 사이 부쩍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AI(인공지능)과 관련된 대만 주요 IT 기업들은 사실상 대부분 모인 모습이다. 일부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고객사와 대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컴퓨텍스를 찾았다.
전시회 개막 첫날인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회 현장은 한마디로 북새통을 이뤘다. 1400여개 기업이 참가한 올해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역대 컴퓨텍스 역사 중 그 규모가 가장 컸다. 주로 PC제조업체나 부품업체가 찾았던 무대였으나 지난 2022년부터 그 위상이 달라진 덕이다. 특히 오픈 AI의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기술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계산', 즉 '연산'을 해야하는 하드웨어 수요가 커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은 축구장 4개 크기의 규모(7만5600㎡)로 이뤄져있다. 엔비디아와 인텔, AMD 같은 글로벌 빅테크 외에도 폭스콘, 에이수스, MSI, 에이서, 미디어텍 등의 현지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AI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 중심의 빅테크 기업들이 TSMC를 포함한 대만 제조업체들과 공고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와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차이리싱 미디어텍 CEO가 자사 기조연설 무대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깜짝 등장시켜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공동 개발, PC용 CPU 공동 개발 등을 언급한 것이다. 미디어텍과 엔비디아는 AI 시장 개화에 발맞춰 전력 효율을 극대화시킨 CPU 개발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그간 컴퓨텍스와는 다소 무관했던 국내 기업들도 대만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컴퓨텍스 현장을 찾았다. AI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와 D램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도 난강 전시관에 직접 부스를 꾸리고 자사 AI 메모리 기술력을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또한 6세대 HBM인 HBM4 양산을 위해 대만 TSMC와도 협력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주최의 AI 콘퍼런스 'GTC 2025'에서 처음 공개한 HBM4를 주력으로 전시했다. 특히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에 직접 참석해 공고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도 AI 기기용 고해상도·고주사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소개하는 부스를 차렸다. AI 시대에 필수적인 '저전력'을 앞세워 자사의 OLED 라인업을 선보였다.
대형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인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AI 반도체 설계를 맡는 팹리스 기업인 국내 업체 팹리스도 컴퓨텍스에 대규모 부스를 차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딥엑스는 3년째 컴퓨텍스에 참가 중이다. 반도체 설계(IP) 라이센스와 칩 판매 등을 맡고 있는 팹리스의 경우 컴퓨텍스가 가져다주는 전략적 가치는 더 크다. 자사의 기술력과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브랜딩 무대임과 동시에 신규 수요처 발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반도체 기업인 파두와 모빌린트 등도 참가했다. 파두의 경우 전시회장에 직접 부스를 꾸리진 않았으나 전시장 인근 호텔에서 '파두 쇼룸(Showroom)'을 운영해 주요 파트너사들을 초청하고 전략제품을 소개한다. Gen5 SSD 제품군 및 컨트롤러를 주축으로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는 한편 내년 출시 예정인 Gen6 SSD 컨트롤러의 상세 기술과 청사진을 공개해 잠재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모빌린트는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용 신경망처리장치(NPU) 솔루션을 내놓는다.
현장에서 만난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대만이 글로벌 빅테크가 집합하는 허브가 됐지 않았나"며 "대만 시장이 엄청 중요해지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참여업체가 대만 중심이지만, 이전부터 대만 시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컴퓨텍스가 앞으로는 AI 전시회를 상징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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